'100달러' 바라보는 국제유가…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무게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중동 불안에 100달러 우려도
30개월째 인하 지속…장기화 따른 세수감·형평성은 고심 요인

7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647.0원으로 전주 대비 7.5원 상승했다. 경유는 1540.2원으로 전주보다 2.0원 올랐다. 기름값은 당분간 휘발유를 중심으로 다소 강한 인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2024.4.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바라보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한시적인 세율 인하 조치가 3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실효성 지적도 나오지만 물가가 좀처럼 잡히고 있지 않는 만큼 추가 연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로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21년 11월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를 처음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총 8차례 연장한 바 있다.

특히 이달까지 포함하면 30개월간 계속된 연장으로, 인하 조치가 이처럼 장기간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00년 3월과 4월, 2008년 3월부터 12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다.

정부가 추가 연장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데는 최근 급증한 국제유가 영향이 크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전날 대비 0.57% 상승한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같은 날 0.36% 오른 배럴당 86.91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연초와 비교하면 21%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등 지정학적 불안을 이유로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단 전망도 정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이 연중 정점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관측이지만, 국제유가가 오르면 이는 빛바랜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체 물가를 오히려 낮추는 역할을 했던 석유류는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기여도가 플러스 전환(2월 -0.06%p→3월 0.11%p)하기도 했다.

7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주유건이 매달려 있다. 2024.4.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다만 반복된 추가 연장에 따른 세수감소와 실효성 저하는 정부의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NABO 재정추계&세제이슈'에 따르면 교통·환경·에너지 세수는 2018년 15조 3000억 원에서 2021년 16조 6000억 원으로 증가한 후 유류세 인하 조치가 계속된 지난해에는 10조 8000억 원까지 감소했다.

보고서는 또 유류세 인하에 따른 효과가 소득 중분위에게는 비교적 큰 반면, 저분위나 고분위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개인용 차량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소득층과 소득 대비 유류비 부담이 적은 고소득층에 비해 중산층에게 수혜가 몰리는 정책이라는 취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세입 예산안을 보면 유류세가 꽤 많이 증가할 것으로 잡혀 있다"며 "이는 정부도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전제하고 예산을 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제유가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해야 한다고 말하긴 조심스럽다"라면서도 "선거가 끝나고 국제유가가 90달러 선을 넘지 않고 안정되면 탄력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