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비상]③ 슈링크플레이션 이어 애플플레이션…"유통 개선, 수입 다변화해야"

대통령·장관 일제히 현장 찾아 농축산물 가격 잡기 총력전
"유통구조 독점 카르텔 깨야"…돌발변수 대응엔 한계 견해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서 물가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2024.3.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정부가 소비자물가를 잡기 위해 연일 현장을 찾고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특정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대응하는 '후조치' 방식에 앞서 유통 마진 조정, 수입 경로 다변화 등의 선제적인 조처가 수반돼야 한단 취지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점검을 위해 올해만 다섯 번 현장을 찾았다. 1월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과 충북 보은 과수거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인천국제공항 세관을, 이달에는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성남점을 연이어 방문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25일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선 최근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관련해 "비축을 하고, 이번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음부턴 냉해가 오더라도 상처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현장에 달려간 건 최 부총리뿐만이 아니다. 인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서울 용산구 소재 이마트를 찾아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 동향을 점검했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전날(21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주요 농축산물의 수급·판매 현황을 짚어봤다.

특히 지난 18일에는 물가관련 민생경제점검회의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회의에서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2.8%까지 둔화한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3.1%로 반등하자 즉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경남 밀양시 산내면 한 과수원에서 농민이 이상기후에 따른 탄저병과 냉해 등 피해를 입어 썩은 사과를 정리하고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그러나 일각에선 유통 구조 개선이나 수입 다변화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주요 품목의 가격 급등은 언제든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가 제기되자 용량 변경 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이 잠잠해지자 '애플레이션'을 필두로 한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 문제가 제기됐다. 최근에는 카카오 가격이 오르면서 '초코플레이션'이 닥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부 과일 경매는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라며 "생산자가 아무리 싸게 팔더라도 경매라는 카르텔에 끼지 못하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유통 마진이 많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정부가 유통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카르텔을 한 번에 깨기 어렵다면 수입 품목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국제 원재료 가격 급등 같은 돌발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품목에 대해 선제 대응할 순 없는 만큼 소비자의 자발적인 고통 분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제적인 예측을 해서 물가를 제어하면 좋겠지만 몇년간에 걸친 인건비·재료비 상승 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본적으로 어렵다"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전통시장에서의 소비를 늘린다든지 국민 협조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