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대열 합류 검토…산업부 "협의 중"

美, 한국 등 동맹국에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압박
미 반도체 기업 보조금 추가 발표 맞물려 참여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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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김현 특파원 =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다른 동맹국에 압박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對)중 수출통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직접 영향이 큰 만큼 관련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DC 출장 중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는 그동안 한·미 간 협의가 진행돼 온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수출통제와 관련한 미국과의 협상이 이전부터 진행 중이고, 협상방식에 있어서도 여러 형태로 논의가 진행 중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 본부장은 또 이 같은 협상 자체가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우리나라의 동참' 가능성을 열어두고, '어느 정도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맥락으로 현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자국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의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기술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일본 등에도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협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한국과 독일 대만 등 다른 주요 반도체산업 국가에 대해서도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동참 시 중국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피해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관련 분야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실리를 챙기는 방식의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간부문에에서의 움직임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내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대러 서방 제재를 고려해 노후 반도체 장비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이와 관련한 공식 답변을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임박했기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반도체 노후 장비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고 반도체 기계를 시장에 내놓는 대신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데, 이는 장비 판매가 중국이나 러시아로 흘러 들어갈 경우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와 러시아 제재 정책에 반할 수 있어 아예 판매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 상무부의 자국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관련 추가 발표는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통상본부장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보조금 지급 문제와 관련해선 미 현지에서 "미 상무부가 3월 말 발표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주한 GCC(걸프협력이사회) 대사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4.3.5/뉴스1

정 본부장은 한국 기업이 보조금을 지급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규모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한 워싱턴 소식통은 뉴스1과 통화에서 "미 상무부에서 이달 말께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긴 하다"며 "한국 기업과 협상이 잘 된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정 본부장이 언급한 시점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3월 말 발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법에 따라 반도체 생산 보조금, 연구개발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상무부는 특히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 달러(약 51조3240억 원) 가운데 TSMC와 삼성전자 등 첨단반도체 생산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80억 달러(약 36조8480억 원)를 배정한 상태다.

그러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최근 첨단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이 총 700억 달러를 넘는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기업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보조금 지원 규모는 기업들이 원하는 액수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8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 애리조나주(州)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는 5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보도했다.

또한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한국의 삼성전자도 각각 수십억 달러 지원받을 예정이지만, 그 금액은 계속 변동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텍사스주에 신규 공장을 짓는 데 투자하는 170억 달러 외에 미국에 추가 투자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역시 보조금과 대출을 포함해 100억 달러 이상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상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최소 35억 달러가 직접 보조금 형태로 지급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본부장은 미 상무부의 보조금 추가 발표 시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가 명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한 소식통은 "명시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미정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받을 보조금 규모가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최근 특파원 간담회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 "조 장관의 언급처럼 긍정적인 방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