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농수산업 개혁 합의 결국 실패…전자상거래 관세 유예 조치는 2년 연장

다자간 무역기구 역할·기능 회의론 제기 확산
정인교 통상본부장 "정상화 가능성은 발견"

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제전시센터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WTO(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 개혁'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2.28/뉴스1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세계무역기구(WTO)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상황 속 WTO 회원국 통상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체제 개혁과 주요 현안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 실패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각)부터 이달 2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WTO 제13차 각료회의(MC13)는 전자적전송(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유예(모라토리엄)를 2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종료했다. 다른 핵심 현안인 농업 및 수산업 보조금에 대한 합의는 성사되지 않았다.

체제 개혁을 핵심 의제로 열린 이번 WTO 각료회의는 당초 2월 29일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각료회의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원국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회의는 3월2일까지 연장됐다.

최종 채택된 '아부다비 각료선언'에는 △분쟁해결제도 개혁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대한 협정(SPS)·무역에 관한 기술적 장벽 협정(TBT) 이행에 대한 개발도상국(개도국) 특혜 △최빈개도국 졸업국의 원활한 전환 지원 △전자상거래 작업 계획(무관세 관행 연장 포함) △소규모 경제 작업 계획 △TRIPs 비위반·상황 제소 유예 연장 등 총 6개 의제별 각료결정이 채택됐다.

분쟁 해결과 관련해서는 2022년 제12차 각료회의 이후 비공식 논의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올 연말까지 분쟁해결제도 정상화를 위한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개도국에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에 대한 협정(SPS) 및 무역기술장벽 협정(TBT) 이행 특혜 조치, 또 최빈 개도국 졸업국에 대한 특혜 연장에도 합의했다. 개도국에 WTO 규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엄격히 적용해 자국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관행은 제14차 각료회의까지 현행 체제를 연장한 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전자적 전송이란 영화, 파일 등을 다운로드하는 구매행위다. 14차 각료회의에서 논의가 진전돼 전자적 전송물에 대한 모라토리엄이 바로 종료되지 않고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종료 시한이 매겨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른 핵심 현안인 농업 및 수산업 보조금에 대한 합의는 무산됐다. 회원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인데, 특히 인도의 반발이 컸다.

어업협정 초안에 대해 인도는 다른 국가들보다 긴 전환 기간을 요구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논쟁을 벌였고, 결국 최종 합의가 불발했다. 농업 협상도 곡물의 공공 비축 문제와 관련해 인도가 WTO가 제안한 임시 조치가 아니라 영구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면서 일부 선진국과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수확은 있었다. 한국과 칠레가 공동 의장국을 맡아 추진한 '개발을 위한 투자원활화(IFD) 협정'은 124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공동각료선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참여국들은 이 협정의 WTO 협정 편입을 공식 요청했다.

WTO의 각료회의는 164개 회원국의 통상 담당 장관들이 참석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안건을 만장일치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된다.

농·수산업 보조금 논의 과정에서 인도가 보여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WTO와 같은 다자간 무역기구의 역할과 기능에 실효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인교 통상본부장은 이번 각료회의 총평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건이 어렵지만 앞으로 지속할 것"이라며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WTO의 위상이 좀 더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는 그런 가능성을 본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