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미래세대 납입액 따로 운용해야"…KDI의 개혁안 솔깃

구연금 재정부족분은 정부 일반 재정에서 충당
확정기여(DC)에 소득분배기능 추가한 CCDC형

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2024.1.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의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성을 위해 기존 연금과 분리된 확정기여형(DC) 방식의 '신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연금 개혁안을 제시했다.

KDI는 이를 위해 기존 연금의 재정부족분 609조 원을 정부 일반재정에서 충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강구·신승룡 KDI 연구위원 21일 이같은 내용의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모수개혁안, 세대 간 불균형 해소 한계…1보다 높은 앞세대 기대수익비 뒷세대가 부담

KDI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적립기금은 지난해 1015조 원에서 2039년 최대 규모인 1972조 원에 도달한 후 점차 감소해 2054년에는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안과 같은 모수조정을 통해 적립기금 고갈을 늦춰 연금재정 안정화를 꾀하는 방안이 국회 등에서 제시되고 있다.

KDI는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인 청년층의 보험료로 다수의 노령층을 부양하는 형태의 현 연금제도 구조하에서는 모수를 어떻게 조정하더라도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보험료율을 현재 2배인 20%로 인상하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지만 소득대체율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인상 이후 세대는 더 적은 돈을 냈던 기존 세대보다 납부 보험료보다 연금 급여가 적다고 느낄 수 있다.

KDI는 이같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앞세대의 기대수익비(총급여액을 납부 보험료와 기금 기대운용수익의 합으로 나눈 비율)가 1보다 큰 것에 기인한다고 봤다. 앞세대의 급여액 초과분을 지금처럼 뒷세대의 적립기금 및 기대운용수익으로 충당하게 될 경우 뒷세대에게 예정된 기대수익비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지고, 연금 기금 소진 시부터는 기대수익비 1조차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된다.

KDI 제공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 도입…구연금 재정부족분은 일반재정이 책임"

KDI는 미래세대에게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기 위해 완전적립식 '신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안에 따르면, 개혁 시점부터 납입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되고 이에 따라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한다.

개혁 시점 이전에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선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하되, 구연금에 대해서는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현 제도를 유지하면 2050년대에는 기금이 고갈되고 기존 세대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기 위해 미래 세대 보험료율을 30~40%까지 급증시켜야 한다. 보험료율을 현재 두 배인 18%까지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이 2080년대로 늦어지지만, 그 이후 세대 보험료율은 30~40%까지 인상돼야 한다. 이 경우 미래 세대의 보험료 기대수익비는 0.44까지 하락한다.

KDI는 "이러한 모수 개혁 시나리오와 달리 신연금을 도입하면 연금재정은 항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며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구연금의 재정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을 일반재정이 보장해 신연금에 그 부담이 전가될지 모른다는 미래 세대 불안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방안으로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2024년 기준 609조원(국내총생산의 26.9%) 내외로 추산된다. KDI는 "구연금의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2046년부터 약 13년간 GDP의 1~2% 수준의 재정부담이 예상되며, 그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축소돼 2080년 이후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 제공

◇"신연금, 낸 만큼 받게 설계해 불확실성 ↓…CCDC 방식으로 소득재분배 기능 탑재"

KDI는 신연금의 기금 고갈 확률 등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기존 확정급여형(DB) 방식에서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와 운용수익, 기대여명 등에 의해 실질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얼마를 내든 일정한 급여액을 받던 기존 방식에서 낸 만큼 비례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국민연금이 지니던 소득재분배 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다만 KDI는 CCDC(Cohort Collective Defined Contribution)형 연금제도를 통해 DC형 연금에도 소득분배 기능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에서 각 연령군의 구성원이 납부한 보험료는 연령군의 통합계좌에서 적립 및 투자된다. 기대 여명 평균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평균보다 늦게 사망하는 사람에게 소득을 이전할 수 있다.

또 개인 급여와 평균 급여 사이의 가중치를 조정해 동일 연령군 내 상대적 고소득자의 연금을 상대적 저소득자에게 이전시킬 수도 있다.

KDI는 "신연금은 재정안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현행 DB형 연금제도에서의 보험료율 인상보다 국민들의 거부감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여전히 9%에서 15.5%로의 6.5%포인트(p) 보험료율 인상을 일시에 실시하는 것은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단계적으로 인상된 보험료율과 관련하여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개인과 기업이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단계적 인상으로 인한 재정 부족분을 정부가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