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한은 총재 "6개월 내 금리 인하 쉽지 않아…개인적 의견"
"금통위원 5명 모두 현 수준 충분히 장기간 유지 의견"
"인하 논의 시기상조…체감물가 더 높아, 0.7%p 차이"
- 손승환 기자
(서울=뉴스1) 손승환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를 인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제 사견"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3개월 이상에 대해선 다른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지금 3개월간은 금통위원들도 전혀 그럴 의도(금리 인하)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 주신 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1월 금통위 때는 4명의 위원이 3개월 동안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은 3.50%를 유지하자고 했었다"며 "이번에는 (저를 제외한) 5명 모두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충분히 장기간 가져가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향후 3개월간 현 수준인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이 총재의 일문일답.
-향후 3개월 이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 금통위원이 있나.
▶우선 저를 제외하고 금통위원 다섯 분이다. 향후 3개월 최종금리에 관해 지난 11월에는 네 분이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두 분은 3.5% 수준을 유지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다섯 분 모두가 전망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고 그 기간을 충분히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물가 안정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75%로 열어둔 견해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전체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또 지난 11월에 비해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 하마스 사태 등 대외 리스크도 굉장히 많이 완화됐다.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계획을 발표했다. 태영건설을 비롯해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졌다고 본 것인가.
▶금중대 지원 결정과 태영건설, 부동산 PF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확실히 말씀드린다. 금융위·금감원·기재부·국토부 등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PF 시장 안정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코멘트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 다만 한은은 특정 사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그런 불안으로 인해 시장 안정에 충격이 왔을 때만 대응한다. 현재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금중대 지원 결정을 11월에는 안 하다가 지금 발표를 한 것은 이게 집행까지 시차가 좀 필요하다. 전산 시설 등 준비에 대개 1~2개월 걸린다. 통화정책방향에서도 밝혔듯이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 시기상조이고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금리)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취약·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한시적 지원의 차원이다.
-한은이 2~3분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전망이 있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은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내리는 것도 이에 해당하나.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꼭 중립금리에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에 있는데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을 다시 상승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이다.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반영한 통화정책 변경 기대가 적절하다고 평가하나.
▶시장금리 움직임이 과도하냐, 아니냐는 평가는 '금통위원들의 견해는 현 수준에서는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란 말로 대답을 대신하겠다. 다만 중장기 금리와 달리 단기 금리는 기준금리 3.5%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은은 정책금리를 잘 조정하고 있고, 앞으로의 인상·인하 기대에 관해선 시장이 본인들이 판단해서 생긴 결과라고 말씀드린다.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되면 주택시장이나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는데.
▶가계부채를 낮추는 데는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대심리를 낮춰주는 것이 정책 금리만큼 중요하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 무주택 서민, 특히 젊은 층과 저출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낮은 금리일 땐 좋은 일이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엔 도움을 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 부동산 PF 사태가 건설업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태영건설 사태가 밑에 깔린 부동산 PF나 건설업 부실의 시발점이냐 한다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영은 부채비율이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액수 등이 다른 건설회사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태영 케이스는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경우이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견 건설사다 보니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동산이나 건설업이 큰 위기로 번져 우리나라의 시스템 리스크로 변할 가능성도 적다고 본다.
-부동산 PF 관련해 현 수준에서 가격이 몇 퍼센트 정도 빠지면 문제라고 보는지. 관련 데이터가 있나.
▶1년 반 전에 약 30~35% 정도 떨어지면 금융기관이 영향이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금리를 300bp 확 올리면서 부동산 가격이 한해 10~15% 떨어질 때여서 테스트를 한 것이다. 지금은 금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더 이상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완만할 것이다. (하락의) 양보단 스피드가 중요하다.
-올해 중국 경제 부진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저희는 중국이 4%대 중후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무역 구조,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같을 거냐 하는 점을 굉장히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또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관계 속에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지, 줄어들지, 또 중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오는지 등 모든 문제가 다 연관이 돼 있다. 중국의 성장률 자체보다도 중국과 한국의 연관관계 예측에 불확실성이 많아졌다.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한다고 표현했다.
▶지난번에 제 사견이 어떠냐고 해서 6개월 정도는 가지 않겠느냐 이렇게 말씀드렸다. 3개월 이상에 대해선 다른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말씀드리긴 어렵다. (다만) 지금 3개월간은 금통위원들도 전혀 그럴 의도(금리 인하)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 주신 거다. 아직도 물어보신다면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를 인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 사견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 통해 2027년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0%로 아래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총재도 동의하는 속도인가.
▶제 임기가 지나서라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으로 적어도 90% 미만으로 천천히 떨어졌으면 좋겠다. 다만 왜 정부가 90%가 아닌 100%로 하는가 하면 숫자를 못 박을 경우 몇 년 안에 해야 한다는 이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저는 이번 정부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늘어나지 않게 하고 임기를 마치면 상당한 정도의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00% 이하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큰 업적이며, 그렇게 되길 바란다.
-경제주체마다 체감 물가가 달라 취약계층이 고물가를 더 겪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 간 차이가 평균 0.7%포인트 정도 된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 특히 물가가 오를 땐 더 빠르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다만 통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쓰는 품목과 국민 전체가 쓰는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재미난 연구가 미국이나 유럽에선 소비자물가보다 체감 물가가 오히려 낮게 나온다. 우리나라는 생필품 수입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체감물가가 높다. 생활물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개방을 하게 되면 어떻게 보상할지 등 구조적 문제가 다 연관돼 있다. 그래서 한순간에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ss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