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전염병에 1년 내내 비쌌던 먹거리…농산물 올해 6% 올랐다

[2023결산]농산물, 12월은 전년比 15.7% 올라 3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원유가 인상에 빵·아이스크림 등도 상승세…슈링크플레이션 등장하기도

겨울철 대표 간식인 사과의 가격이 전년 대비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사과가 진열되어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2023년 한 해동안 폭우, 폭염, 가축 전염병 등으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쉬지 않고 들썩였다. 민생과 직결된 먹거리 물가가 잇따라 치솟으며 어려움을 더했다.

특히 여름철 채소류, 겨울철 직전 배추 등은 물론, 봄부터 과일류의 가격이 천정부지 오르며 3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농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6.0% 올랐다.

특히 이달 농산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15.7% 오르며 지난달(13.6%)에 이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21년 5월(14.9%) 이후 3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기록을 갈아 치웠다.

사과(54.4%), 토마토(45.8%), 파(45.6%), 배(33.2%)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가공식품 중에서도 아이스크림(15.4%), 빵(5.3%) 등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처럼 올 한해 농축산물 물가는 폭우, 폭염 등 계절적 요인과 동식물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여름철 100g당 1000원 수준이던 상추류 소매가는 폭우 등으로 인해 한 달여 만에 2배가량 오르기도 했다.

가을철에는 배추가 한 포기에 4000원대에서 2달여 만에 1만원을 호가했다.

사과, 배 등 과일류는 이달 초 사과 상품 10㎏의 전국 평균 도매가가 9만원에 육박하며 전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생산 물량이 감소한 탓에 최근까지 10㎏ 도매가가 8만3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 10월 럼피스킨병이 확산하자 하루 만에 소고기 가격이 13.1% 상승하며 물가 상승을 견인한 바 있다.

지난 10월1일부터 원유가격이 L당 88원 오르며 흰우유는 물론, 관련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잇따라 치솟았다.

흰우유는 1L당 전국 평균가는 지난달 28일 기준 3048원으로 전년(2783원)대비 9.5% 올랐다.

이후 원유업계는 잇따라 오른 제반비용과 유통 마진을 줄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인상을 단행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10월1일부터 흰우유 '나100%' 200㎖ 편의점 가격을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인상 했다. 300㎖도 1650원에서 150원 오른 1800원으로 조정했다.

이외에도 남양유업, 동원 F&B, 빙그레 등도 제품 가격을 7~11%가량 각각 인상했다.

먹거리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자 정부는 각종 대책을 추진했다. 농산물은 비축 물량을 확대하고, 변동폭이 심화되는 긴급상황에 즉시 방출하기로 했다.

또 농식품부는 동서식품과 롯데칠성음료(005300), 삼양식품(003230), 농심(004370), 하림(136480), 빙그레(005180), 씨제이프레시웨이(051500)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 등을 찾아 물가안정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 식품 기업들이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 용량을 몰래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용량 변경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알 권리 강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원유가격 상승이 제품가격 인상과 얼만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에도 내년에도 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안정 노력을 통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국 정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불안요인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