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리인하 논의 탄력받나…"연말 갈수록 물가 2% 근접"

한은 물가안정목표 점검…상반기 3.0%·하반기 2.3% 전망
"공급충격 없으면 물가 서서히 둔화…공공요금-유류세 복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은 20일 "내년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2% 부근으로 근접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의 안정 목표치 2% 수렴은 한은이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토대처럼 받아들여진다. 내년 상반기 물가 상승률은 평균 3.0%로 예상되나 하반기에는 2.3%로 내려올 만큼 금리 인하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은은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수요 측 압력이 약해진 가운데 공급 충격 영향도 점차 줄어들며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인 12월에는 11월(3.3%)과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물가 상승률이 관측된다. 이후 추세적으로 둔화해 내년 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가까워진다는 게 한은의 기본 예상이다.

다만 "물가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면서 "향후 물가 전망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 불확실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우려와 비(非) OPEC 증산 등이 유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OPEC 플러스(+) 감산 지속, 중동 지정학적 불안 등은 유가를 밀어올리는 리스크로서 잠재해 있다.

(한은 제공)

다른 복병으로는 전기·가스요금과 유류세가 있다.

한은은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전기·가스요금 인상 제한과 유류세 인하 덕분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용 상승 충격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 그런데 이들 요금이 인상되거나 유류세 인하 조치가 환원되면 물가 둔화세는 다소 완만해질 수 있다.

한은은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를 감안하면 전기·가스요금은 향후에도 점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요금도 올해 상당수 지자체에서 인상됐다. 내년에는 추가 인상을 예고한 일부 지역(수도권·부산 도시철도)과 아직 인상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서 인상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고금리에 짓눌린 민간소비가 내수 측면의 물가 압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민간소비는 서서히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통화 긴축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지난 11월에 전망한 내년 물가 상승률은 연간 2.6%로, 구체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3.0%, 하반기 2.3%다.

상반기 예상되는 물가 상승률 수준은 선뜻 금리 인하 논의를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론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경우는 2% 목표를 향해 수렴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경우 근원물가가 미래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나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근원상품가격 오름세는 주요국에 비해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근원물가의 둔화 흐름은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 노동시장에서의 물가압력 상존 등으로 지금까지에 비해 다소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의 가격 조정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연말·연초에 물가 오름세가 다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이런 가능성에 유의해 물가 전개 상황을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