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부산물의 혁신적 활용…대구 껍질로 상처 피복제 만든다

[오션테크2023 ①]수산부산물 활용 제품화 성공…케레시스·YSK·노피마
전 세계 순환 경제 접근 방식 도입…유럽·美·日·아이슬란드 재활용 가능 법제화

편집자주 ...세계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산업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해양수산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우리 해양수산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 12월20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개최된다. 뉴스1에서는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관련 정책과 세계 주요 기술 흐름을 7편에 걸쳐 미리 알아본다.

(이미지출처: 클립아트코리에)ⓒ 뉴스1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우리 식탁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수산물은 인간이 소비하는 대표적인 영양공급원 중 하나로,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약 65kg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수산물들은 부패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냉동, 염장, 건조 및 훈제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지 않는 부산물(머리, 뼈, 내장, 껍질, 줄기, 패각 등)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다.

국내 연평균 어업생산량은 약 350만 톤이며, 1/3가량(109만 톤)이 부산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중 19.5%만이 사료 및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폐기물로 처리된다.

이러한 수산부산물에는 생물학적 안전성, 인체 적용 효능 및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콜라겐, 키토산, 불포화 지방산 등 식품과 의료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각광 받는 천연바이오소재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일부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부산물을 자원으로 인식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연구들을 진행해, 창상피복재, 연고, 기능성 식품 등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대서양 연어로부터 발생하는 부산물(출처:Marine Policy, Stevens et al., 2018)

◇전 세계 순환 경제 접근 방식 도입…유럽·美·日·아이슬란드 재활용 가능 법제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을 '감소, 재사용, 수리 및 재활용 이론'에 기반을 둔 순환 경제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 미국, 아이슬란드 및 일본 등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산부산물을 주로 육상이나 수산양식용 동물사료의 재료로 활용하다가 최근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될 생선오일이나 콜라겐을 생산하고 있다. 또 바이오소재로서 화장품이나 산업용 효소 등을 생산하고 있다.

1달러 상당의 굴 패각 1부쉘(27kg)을 재활용하는 경우, 약 1300달러의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며 연어 껍질과 키토산으로 지갑을 생산하는 타이달 비젼(Tidal Vision), 가오리로 신발을 만드는 레이피쉬 풋웨어(RayFish Footware), 생선부산물과 해조류를 섞은 비료 제품을 만드는 넵툰 하베스트(Neptune’s Harvest)와 같이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부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수산부산물 활용을 선도하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해양클러스터(Iceland Ocean Cluster, IOC)의 '100% fish' 프로젝트를 통해 수산물을 100% 활용하기 위해 노력중이며 현재 어류의 약 95% 이상을 활용하고 있다.

IOC는 어류부산물 활용을 위해 기업 간의 니즈를 공급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0개의 스타트업 유치로 비즈니스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해양수산 관련 산업을 연결해 주는 공간역할을 하며, 개소 이후 31개의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스타트업의 스핀오프 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1990년대 이후 대구부산물 이용률이 30배 증가했으며, 대구 1kg 수출가치가 4배 증가했다. 또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25년 동안의 산업계에서 규모는 약 3000% 증가해 연간 가치가 5억 달러를 초과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수산가공부산물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류에서 콜라겐 및 생선오일을 생산하며, 갑각류 껍질에서 키틴·키토산의 동물성 식이 탄수화물을 생산하고 있다. 콜라겐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치과용 소재로 개발하는 등 바이오의약품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최초로 해양수산부산물을 자원으로 인식했으며, 1639년부터 사용을 장려해 비료, 동물사료 및 어유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65만톤 이상의 수산부산물을 관리하기 위해 간소화된 현대식 가공 시설을 개발했으며, 노르웨이 대서양 연어산업은 부산물의 약 90%를 활용하게 됐다.

대구 껍질을 이용한 상처치료제(출처:케레시스 누리집 갈무리)

◇수산부산물 활용 제품화 성공…아이슬란드의 케레시스·일본 YSK·노르웨이 노피마

수산부산물을 활용해 제품화에 성공한 기업, 연구기관으로는 아이슬란드의 케레시스, 일본의 YSK, 노르웨이의 노피마를 꼽을 수 있다.

케레시스(Kerecis)는 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화에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손상되지 않은 생선 껍질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했으며, 당뇨병, 정맥, 외상 및 수술 상처를 포함한 상처, 화상 및 기타 복잡한 급성 및 만성상처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케레시스는 2009년에는 아이슬란드 정부 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최초의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2013년에 생선 껍질을 만성 및 급성 상처 치료용으로 사용하도록 미국 FDA에 승인받았다.

2016년에는 생선껍질 기반 피부 치료제인 Omega3 Wound가 FDA에 승인을 받아, 미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갔다. 2019년에는 스위스 생명과학 회사인 파이토슈티컬스(Phytoceuticals AG)를 인수했으며, 2021년에는 FDA로부터 성형 및 재건 수술에 유용한 외과용 생선껍질인 Kerecis Omega3 SurgiBind를 승인받았다.

케레시스의 2023년 매출은 미국 생물의약품 시장(1억1100만 달러)의 약 5%, 전년 대비 약 5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이 성장잠재력 매력이 있는 케레시스는 2023년 7월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인 덴마크 콜로플라스트(Coloplast)에 13억 달러에 인수됐다.

YSK는 1959년에 일본에서 생선즙, 비료, 가축사료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해 천연조미료 및 건조식자재를 생산하던 기업이다.

1980년대부터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원료 개발에 착수해 갑각류 껍데기에서 N-아세틸글루코사민을 산업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확립한 후 안세린, 콜라겐펩 타이드 등 다양한 기능성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수산물 원재료는 유럽, 남미, 아시아 등전 세계 각지에서 조달 받고 있으며, 대표적인 원료로는 참다랑어나 가다랑어의 껍질에서 분리한 안세린으로, 이는 요산 수치를 억제할 수 있어 통풍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렇게 부산물로부터 기능성 원료를 추출한 후 남는 부산물은 최종적으로 사료나 비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천연조미료와 기능성 원료의 매출비중은 약 2:1로 정도이며, 2018~2022년 YSK의 모든 공장은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식품안전관리 인증 FSSC 22000을 획득했다. 2023년 3월 기준 순 매출액은 약 128억엔에 이른다.

노피마(Nofima)는 양식산업, 어업 및 식품산업 관련 연구를 선도하는 노르웨이 식품연구기관이다. 유럽 최대의 산업응용연구기관으로 꼽히며 165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포진돼 있다.

노르웨이 산업통상수산부 산하 연구기관으로 원료 공정 최적화, 원료처리기술, 원료가공기술, 바이오프로세싱, 품질유지기술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수산물 가공최적화기술 및 품질유지기술을 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원료의 전처리·가공 공정 최적화 테스트가 가능한 바이오프로세싱 파일럿 플랜트(BioTep)를 가지고 있어 실험실 규모에서부터 산업화 규모까지의 테스트베드 연구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이 시설에서 수산가공 부산물인 생선껍질, 해조류, 새우갑각 등을 활용한 어류콜라겐, 플라스틱, 기능성소재 등 고부가가치화 소재 개발 및 생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오션 클러스터 '대구100% Fish 프로젝트'(출처:IOC 누리집 갈무리)

◇"관련 분야 연결·빠른 산업화 위해…연구지원·투자방향 매칭 컨트롤타워 필요"

국내에서 수산부산물을 바이오소재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처리·재활용업 허가를 위한 신고 및 재활용환경성 평가를 위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소모(평균 1년 이상, 1600만~5400만 원)해야 한다. 또 폐기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원재료 확보 및 식용 바이오소재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기업에서는 전처리가 완료된 가공식품인 수입 수산부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수입되고 있는 어류부산물로는 어린, 어유, 어분, 어골분말, 상어 간유 등이다.

㈜젤텍, 씨엔에이바이오텍(주), ㈜엠에스씨 등 국내 바이오기업은 수입된 어류 비늘이나 어피를 이용해 마린콜라겐을 생산하고 있으나, 대부분 피쉬콜라겐펩타이드, 연골추출물, 어골칼슘, 간유, 고순도 식용 어유와 같이 가수분해된 추출물을 수입해 오메가-3 제품군과 같은 3차 가공 완성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조류부산물의 경우 소수의 바이오기업에서 국산 원재료를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 소재 및 기능성 식품 소재를 생산하고 있으나, 활용 기업의 수는 비교적 많지 않은 실정이다.

오철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수산부산물의 고부가가치 활용을 위해서는 당연히 연구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정책적으로도 패각에 국한된 대상을 유기성 수산부산물로 확대하고 질 좋은 수산부산물을 유통하기 위해 분리·보관·수거·운반 등에 대해서도 법률에 반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어류부산물은 어류와 마찬가지로 쉽게 부패되기 때문에 처리 공정 또한 중요하다"며 "이러한 이유에서 사람이 소비하기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필수 단계인 GMP 또는 HACCP 시설과 연동해 부산물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오 박사는 이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선 가공 시 머리와 내장 부위만을 분리해 폐기물로 배출하고 있어 바이오소재화 연구들을 통해 도출된 다른 부위의 부산물들도 분리할 수 있는 가공시설이 준비돼야 한다"며 "노르웨이 모델처럼 정부의 주도하에 수산물 및 수산부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실험실 수준부터 산업 스케일까지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수산부산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부위 및 보존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산부산물 수요-공급 매칭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는 운송시간 및 비용을 낮추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산부산물 관련 각 분야를 연결주고 빠른 산업화를 위한 연구지원 및 투자방향을 매칭해 줄 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 박사는 "국내에서 수산부산물을 성공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활용가치 창출과 함께 안정적인 부산물 공급 여부 및 위생이 담보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가에서는 수산부산물 재활용 대상을 법률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하며, 지자체에서는 부산물의 활용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을 지원하고 기업에서는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해양 순환바이오경제를 완성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기술 선도국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지만 과학기술분야 강국으로서 수산부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개발 수행 중에 있으며 연구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7년이 되면 80%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산부산물 활용 연구(출처:한국해양과학기술원)

bsc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