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대 총장 해임 강행하나…소송전 대비 막바지 법률검토

이사회 표결 시 해임안 의결 유력…윤의준 총장 '당사자 제척'
"법률상 근거 없어" 반발에 내부규정 개정 후 표결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0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 대한 정부의 정치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News1 박영래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해임안 처리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임 건의에 따라 최종 처분 결정을 위한 이사회가 임박했지만, 윤 총장이 소송불사 입장을 밝히면서 법정다툼 수순이 예상된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 수뇌부가 다수인 이사진 구도상 이사회 의결은 무난하지만, 소송 장기전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모호한 규정을 먼저 손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산업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공대 이사회는 이달 중 이사회를 개최해 산업부의 윤 총장 해임건의 안건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1월30일 개최가 유력하지만, 이사회 의장인 김동철 한전 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 중이어서 이사회 일정이 아직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공대 이사회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의 요구에 따라 소집된다. 당연직 이사는 김 사장을 비롯해 △윤의준 총장 △이옥헌 산업부 전력정책관(산업부 추천) △이해숙 교육부 대학규제혁신국장(교육부 추천) △박창환 전라남도 정무부지사(전남도 추천) △윤흥구 한전KDN 부사장(그룹사 추천) △김광일 중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그룹사 추천) 등 7명이다.

선임직 이사는 △이현빈 켑코이에스 사장 △유기풍 KINGS 총장 △유정준 SK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김영근 LS일렉트릭 전력CIC 연구개발 본부장 등 5명이고, 지난달 선임된 감사원 출신의 전영진 에너지공대 상임감사도 이사회에 참석한다.

당연직 이사진이 정부 측 인사들로 채워진 만큼 윤 총장 해임안이 상정돼 표결이 이뤄지면 가결이 확정적이다. 해당 안건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윤 총장은 관련 논의·표결 과정에서 제척될 수밖에 없어 표결구도는 더욱더 그에게 불리하다.

그럼에도 에너지공대 이사진은 산업부의 해임 건의와 재심 신청 기각·각하 결정이 한 달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소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윤 총장이 감사 결과를 일부 수용하더라도 해임까지 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불수용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에너지공대법과 학교 자체 규정 등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총장 해임 건의라는 초유의 상황이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특수한 경우여서 에너지공대특별법에도 이에 관해 명확히 규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올해 국감에 출석해 "법률자문을 했는데 (에너지공대법에 해임 건의할) 근거규정이 없다"며 "법률자문 내용에 보면 '유보의 원칙에 어긋난다', '약간의 위법성이 있다' 그렇게 지적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총장. ⓒ News1 박영래 기자

일각에선 이같은 특수상황을 고려해 산업부와 에너지공기업 등 정부 측 이사진이 이달 말로 예상되는 이사회에서는 에너지공대 규칙이나 학칙 등 내부규정을 먼저 손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공대특별법 개정은 입법 사안으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로 개정이 사실상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돼 현실성이 없다. 반면 학칙 등 내부 규정은 이사회 의결만으로도 개정할 수 있다. 특별법이 규정하지 않은 세부규정을 개정하는 만큼 윤 총장 해임안을 처리할 법적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내부규정이나 학칙 개정 전 벌어진 사안을 적용하는데 대한 법리다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부가 확정적 처분이 아닌 해임을 '건의' 했다는 점에서 일사부재리 원칙 등을 두고 다퉈도 정부 측 논리가 더욱 탄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공대 이사회 한 관계자는 "윤의준 총장 해임 안건에 대한 절차적인 타당성 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한 번에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 결정할지, 추가적인 단계를 더 거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부는 지난 7월부터 에너지공대를 감사한 결과 법인카드 위법·부정 사용과 출연금 무단전용, 연봉 잔치 등 기관운영 전반에 걸쳐 위법·방만 경영사례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시정 조치와 직원 징계, 부정사용 금액 환수와 더불어 윤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를 통보했다.

에너지공대 측은 학교 설립 초기 일부 행정적 시행착오를 인정하면서도 총장 해임 건의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하며 산업부에 이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지난달 18일 재심의 신청을 모두 기각·각하 처분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