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종료" 전망 우수수…한은도 동결 이어갈 듯

파월 연준 의장, 장기금리 상승 언급…정책금리 멈춰놔도 긴축 효과
한은 30일 금통위 개최…유가 發 물가 불안 등에 추가 인상 열어둬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결정 회의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평가됐다.

한국 경제의 사정은 미국과 다르지만,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은은 물가 오름세 확대 가능성과 가계부채 문제 등에 따라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놓은 상태다.

연준은 2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 기준금리 3.50%와의 격차는 이로써 역대 최대 수준인 2%p로 유지됐다.

연준의 이번 정책금리 동결은 2번 연속으로 나온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여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치가 상당히 양호했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물론 파월 의장은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를 열어두고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근 장기채권 금리 상승으로 시장 여건이 긴축됐다고 지적한 점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사실상의 긴축 효과가 나타나 정책금리 동결에도 이미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해외 투자은행 사이에서는 사실상의 '금리 인상 종료'를 판단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금리 인상은 끝났다"면서 "성장은 내년 더욱 느려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봄에 있을 첫 번째 금리 인하 이전에 3%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웰스파고도 "추가 금리 인상의 기준이 더 높아짐에 따라 내년 2분기까지 금리 동결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TD 역시 "연준이 여전히 매파 편이(hawkish bias)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경기 둔화를 감안할 시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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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도 기존과 같은 동결 결정을 전망하고 있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7연속 동결 행진이다.

시장의 동결 예상을 뒷받침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준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으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적어도 2%p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고 이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요인을 하나 더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금통위 내에서는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물가 불안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키운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물가·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이 지난달 30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향후 물가 둔화 속도가 중동 사태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 "특히 최근과 같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물가 상승률의 둔화 재개 시점도 다소 지연될 가능성" 등의 전망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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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문제도 추가 인상 요인이다.

올 들어 가계대출이 증가 행진을 잇는 가운데 지난 9월에는 추석 연휴 등에 따라 증가 폭이 약간 둔화했다. 하지만 10월부터 다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경우, 금통위는 진지하게 추가 인상을 고민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먼저 규제 정책을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금통위는 지난달 6명 중 5명이 추가 금리 인상을 열어놓자는 입장을, 1명이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해 추가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를 열어두자는 견해를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경기 침체에도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 내년을 예상한다. 유가 등 물가 상방 압력과 가계부채, 미국의 동결 전망까지 고려하면 금리를 내릴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세가 지금은 한은이 더 중요하게 보는 지표인 것 같아 최소한 지금 금리 상태를 유지하거나 자칫 추가 인상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면 생각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분기는 어려울 수도 있고 2분기 중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2분기쯤 금리를 인하하면 우리도 같이 인하하는 모습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 한은은 금리 인하도 인상도 쉽잖은 상황"이라며 "경기에 금리 인하 요인이 있지만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고려하면 인상 요인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은이 이 같은 인상·인하 요인을 현실화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