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금리 인상 필요성 점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연준, 물가 확신 안 보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은은 "높은 수준의 미국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은이 14일 발간한 2023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는 이 같은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 및 금융시장 파급 영향' 분석이 포함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7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5.25∼5.50%로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p)로 벌어졌다.

한은은 "8월 이후 시장에서는 현 수준에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종료되거나 최대 0.25%p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내년 중반에는 인하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미국 내 견조한 고용상황 등으로 양호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연준이 물가 상승률의 목표치 수렴에 확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큰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설명회에서 "연준의 높은 정책금리가 길어질 수 있는 있다는 기대가 지금 커지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고금리 환경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예단이 될 수 있어서 우리도 이에 유의하면서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나 최근의 금융불균형 상황 등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재보는 "앞으로 그런 요인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살펴보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계속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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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도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

유럽에서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으로 데이터에 기반한(data-dependent) 정책금리 결정을 내릴 방침을 밝힌 상태다.

영국의 경우 향후 한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 뒤 장기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의 대명사인 일본은 당분간 금융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이후에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기대 변화는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움직임에 주요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장 흐름, 물가지표의 움직임과 시장의 기대 변화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