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위기下]운명의 9월…G2 희비에 달린 韓 최초 '연속 1%대 성장'

불확실한 G2 미래…9월 연준 FOMC 등 서서히 안개 걷힐 듯
미중 노랜딩 땐 내년 2.4% 성장하지만…불안 확산 땐 1.9%

편집자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발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였고,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 위기 확산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연간 성장률이 2년 연속 1%대에 그친 것은 1954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풍전등화 위기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뉴스1은 상·하 2회에 걸쳐 현 경제 위기 상황의 향후 경로를 예상해 보고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위기극복을 위한 과제를 짚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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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이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1%대 성장 수렁에 빠질지 오는 9월부터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우리 경제의 운명을 쥐고 있는 주요 2개국(G2)의 희비를 다음 달에야 비교적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로 회귀하려면 우선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설이 금융 불안을 동반한 실제 위기로 현실화하지 않아야 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부동산 경기 부진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한 달은 두고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의 최종금리 예상치는 지금보다 얼마나 높을지, 미국의 정책금리는 언제쯤 인하될지도 아직은 가시 거리에 있지 않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음 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한다.

◇미·중 모두 '적당히 힘들면' 내년 잠재성장 터치

한은이 지난 24일 공개한 8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1.4%, 내년은 2.2%로 전망됐다. 지난 5월과 비교해 올해는 같고 내년은 0.1%포인트(p) 낮아졌다.

이는 우리 경제 성장률이 올해 1%대로 잠깐 하락하지만 내년에는 잠재성장 수준인 2%를 소폭 웃돈다는 얘기다.

한은은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로 인해 당초 예상 대비 완만하게 둔화하고 중국은 반대로 최근 부진에 따라 회복세가 완만해진다는 전제 아래 이 같은 전망치를 내놨다.

해당 전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를 기록한다. 지난 5월 전망 당시보다 0.2%포인트(p) 상향 조정됐다. 구체적으로는 미국(1.1→1.9%)의 성장 예상값을 크게 올린 반면 중국(5.3→5.0%)은 낮췄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의 경우 기존과 같은 2.8%로 예상했다.

(한은 제공)

◇中 경기 부진 지속 땐 韓 저성장 터널로 '가속'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부문이 계속해서 부진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4.5%, 내년 4.0%로 각각 0.5%p씩 낮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은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이 0.1~0.2%p 하락해 1.2~1.3%에 그치며, 내년에는 더욱 큰 폭인 0.2~0.3%p 하락해 1.9~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속 1%대 성장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연간 성장률이 2년 연속 2% 미만인 것은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래 유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성장률 2% 선이 붕괴된 적은 5차례밖에 없었다. 건국 초기인 1956년(0.6%)과 석유파동 당시인 1980년(-1.6%),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등이 전부다.

대부분이 대형 경제 위기가 터졌던 해이며 그마저 단 한 해만 낮은 성장률을 보인 이후 다음 해에는 기저효과와 위기 극복 등에 따라 높은 성장을 구가했다. 그런데 한은의 비관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지난 70여년 동안 5번 겪었던 일을 올해와 내년에는 2년 연달아 체험하게 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터널의 중심부를 향해 더욱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G2 미래 밝다면?…"2019년보다 내년 성장률 높아"

물론 한은은 비관적 시나리오만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 미·중 등 주요국 경제가 경기 둔화 없이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면서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양상을 보일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은 0.1%p 오른 1.5%를, 내년은 0.2%p 오른 2.4%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우리 경제는 내년 잠재성장률을 약 0.4%p 상회하면서 장기 저성장 우려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지난 2019년(2.2%) 성장률보다도 0.2%p 높다.

해당 분석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파급 영향이 제한돼 국내 수출이 증가하고 IT 경기의 조기 반등으로 반도체 감산이 빨리 마무리된다는 전제 위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 대비 0.3%p 높은 2.2%를, 중국은 0.2%p 높은 5.2%를 기록한다는 예상이었다. 내년의 경우 미국이 1.6%로 기존(0.8%)의 배로 뛰며, 중국은 4.7%로 0.2%p 상향 조정된다고 예측했다.

한은의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일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각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9곳은 지난 7월 말 기준 중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평균 5.1%로, 내년 4.6%로 전망했다. 한은의 낙관 시나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올해 평균 1.9%, 내년 0.2%로 차이가 난다.

(한은 제공)

◇中 정부 대응-유커 유입 살펴야…美 연준 점도표 '주목'

우리 경제가 G2를 따라 셋 중 어느 경로로 나아갈지는 적어도 다음 달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한은은 특히 중국 경기의 향방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자체가 어떻게 될지도 의문이며 최근 재개된 중국 단체관광이 국내 서비스업에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도 아직은 불투명해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번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중국 상황이 워낙 불확실해 중국 정부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얼마나 들어올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이 두 요인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9월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의 경기 지표와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은은 애당초 미국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파급 영향이 제한된다는 가정을 낙관적 시나리오의 전제로 삼았는데, 만일 미국의 정책금리가 지금보다 인상되거나 금리 인하가 오래 지연된다면 이런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안개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9월 회의가 어느 정도 걷어낼 전망이다.

연준은 오는 9월19~20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 회의에서 금리 결정과 함께 위원들의 최종금리 예상치를 포함한 점도표를 공개한다. 이것이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경기 흐름을 가늠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성장률을 크게 조정할 이유가 없는지는 중국만 아니라 미국 FOMC의 금리 결정 등 다른 여러 변수를 보고 10월에 보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