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름세에 수입물가 반등…하반기 소비자물가 긴장
90달러 목전에 둔 국제유가…하반기 물가에 미칠 파급력 주목
"당장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만 상승 요인 여전"
-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국제유가 오름세에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수입물가가 석 달 만에 오르면서 8월 이후 나타날 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석유류 가격 안정을 통해 2%대로 내려 앉았지만, 꿈틀대는 유가가 재반등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수입물가지수는 130.44로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4월 전월 대비 0.4% 상승했던 수입물가지수는 5월(-3.1%)과 6월(-3.9%) 내리 하락했지만, 국제유가가 올라 석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바뀐 것이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광산품, 석탄·석유제품 등이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20만달러 이상으로 치솟았으나, 올 들어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와 미국 수요 확대 등 요인이 맞물리면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배럴당 평균 74.99달러를 나타내던 국제유가(두바이유)는 7월 80.45달러를 기록했고, 이달 17일 기준으로는 86.00달러로 90달러대에 가까워진 상태다.
수입물가 지수는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지수에 영향을 끼치는 선행지표다. 7월 수입물가가 반등한 만큼 당장 8월 소비자물가에서부터 국제유가 오름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3.7%), 5월(3.3%), 6월(2.7%), 7월(2.3%)로 빠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는 작년 크게 올랐던 석유류 가격이 안정된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7월 석유류 물가는 전년 대비 25.9%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이 가파를수록 기저효과를 빠르게 상쇄하며 물가 안정을 방해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수준의 국제유가가 3.5% 정도인 대내외 기관들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국제유가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고, 각 기관들 역시 국제유가 상승을 일정부분 감안해 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국제유가 상승 수준은 한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정도는 아니다"라며 한은이 오는 24일 발표할 수정 전망에서 3.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산유국들의 감산이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수출이 불안정한 만큼 언제든 예측 경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하고, 최근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러시아 원유 수출 경로에 대해 보복 공격을 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석 교수는 다만 "중국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점은 국제유가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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