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필리핀 지폐에 투영된 KOREA
한국 남성의 성매수는 섹스관광, 현지 처, 유학생 성매매 등 3가지 유형으로 이뤄지는데 가학적이고 집단적이며 어리고 성경험이 없는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띄고 있다고 한다. 성매매에 나선 한국 남성들이 성병이 옮을까봐 성경험이 없는 16, 17세 정도의 어린아이를 선호한다는 실태조사까지 소개됐다.
더 큰 문제는 성매매가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간의 문제를 넘어, 코피노를 양산하는 사태까지 일으키게 된다고 탁틴내일은 지적했다. 코피노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뜻한다. 그 숫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현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성매수 문제뿐만 아니다.
수교 60여년이 지난 지금 필리핀을 찾는 관광객의 4분의 1은 한국인이고, 필리핀에 정착한 한국인 교포도 12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단면에서 보듯 '상당수' 지각없는 한국인들은 돈의 잣대로 그들을 깔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은 과거 주변국들을 오랑캐로 멸시했던 중국 중화사상 못지않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아시아 강국이었다. 스페인과 미국, 일본의 제국주의 치하를 경험하고 1946년 독립한 필리핀은 미국과의 직교역으로 일본에 이은 아시아 2위의 부국으로 올라섰다.
필리핀은 가난에 찌들던 한국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1963년 완공된 한국 최초의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은 필리핀의 원조와 기술로 건설됐다. 보릿고개를 벗어나게 한 통일벼도 필리핀 미작연구소의 도움아래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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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하지만 필리핀과 한국은 더 깊숙한 인연이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필리핀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3번째로 지상군을 한반도에 파병했다.
당시 유엔총회 의장은 필리핀 사람인 카를로스 로물로였다. 그는 회원국들의 유엔군을 파병을 독려하는 한편, 총 7420여명의 전투병을 파병, 전사자 116명, 실종 16명, 부상자 299명 등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냈다.
한국전 파병과 관련해 오버랩되는 인물이 또 하나 있다.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이다.
30대 촉망받는 정치인었던 그는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에서 3년간 망명생활을 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83년 8월21일 고국인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사주한 것으로 추측되는 괴한의 총탄에 암살됐다.
그의 희생이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되면서 1986년 2월 25일 필리핀 민중은 무혈혁명으로 마르코스 정권을 축출하는데 성공한다. 혁명이후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로 그의 부인인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 노이노이 대통령은 그의 셋째 아들이다.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마닐라 타임즈 종군기자로 활약했는데 필리핀 500페소 (한화 약 14,000원) 지폐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삽화로 소개돼 있다.
지폐 뒷면 왼쪽 하단에는 사진기를 앞에 놓고 미소를 짓는 종군기자 시절의 아키노 그림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에는 당시 절박한 한국 실상을 반영하듯, 외국 군인들에게 '꽃 파는 한국 소녀, 구걸하는 한국 소년' 그림이 담겨 있다.
물론 이는 필리핀 현대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인물중 한명인 아키노 전 상원의원을 기리기 위해서지만, 필리핀 국민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한국전쟁에 단지 군대를 파견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협조를 이끌어낸 주역이었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한다.
과거 60년대 입에 풀칠하기 위해 독일로 광부, 간호사로 나가고 중동에서 건설노동자로 외화벌이를 하던 나라 사람들이 이제 돈좀 생겼다고 거들먹거리는 것은 천민 자본주의가 빚은 졸부근성에 지나지 않는다.
오는 25일은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이 된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는 필리핀, 태국 , 남아공, 콜롬비아등 한국전쟁 참전국이면서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나라들의 희생정신을 한번쯤 떠올리는게 어떨까.
andrew@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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