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집값이 가로막았나…서울 사는 男女 결혼 가장 늦다

서울 男 34.4세, 女 32.4세…평균보다 1.0세, 1.6세 높아
국민 33.7% "자금 부족이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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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물가와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 지역에 살수록 혼인이 늦어진다는 결과가 통계상으로도 드러났다. 결혼 자금에 대한 부담이 결혼을 늦추는 데 일조했을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다.

20일 통계청의 '2023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0.3세, 여자는 0.2세 오른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평균 초혼 연령이 남녀 통틀어 가장 높았다. 남자는 서울이 34.4세로 전국 평균을 0.4세 상회했다. 이어 부산·제주(각 34.3세), 전북(34.1세), 전남(34.0세), 세종(33.9세) 등 순이었다. 남자 평균 초혼 연령이 가장 낮았던 울산·충북(각 33.4세)과 서울 간 격차는 1세였다.

여자도 서울이 32.4세로 가장 높았고, 부산(32.0세), 세종(31.8세), 제주(31.7세), 경남(31.3세), 경북(31.1세)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자의 경우 서울과 초혼 연령이 가장 낮았던 충북·전남(30.8세) 간 격차가 1.6세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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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평균 초혼 연령이 유독 높은 것은 높은 생활비 등에 따른 실질소득 하락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 줄면서 결혼을 늦춘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 국제 컨설팅 업체 머서(Mercer)가 실시한 '2023년 도시 생활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227개 도시 중 생계비가 16번째로 비싼 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19위를 기록한 일본 도쿄보다도 높은 순위다.

또 통계청이 펴낸 '한국의 사회동향 2023'을 보면 전 연령대가 결혼을 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혼수 비용, 주거 마련 등 '결혼 자금 부족'(33.7%)을 꼽았다. '필요성 없음' 17.3%, '출산·양육 부담' 11.0%, '고용상태 불안정' 10.2%, '결혼 상대 못 만남' 9.7% 등 다른 사유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서울의 초혼 연령이 해마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명확한 인과를 설명하긴 쉽지 않지만 물가나 주거비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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