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정부 물가 전망…연간 상승률 3.6% 유력

1~11월 누적 물가상승률 3.7%…12월 발표만 앞둬
정부 예상치 3.3%보다 높아…물가 완만히 둔화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상승 폭이 넉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2023.12.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11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면서 올해가 12월 한 달을 남긴 가운데 연간 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예상치를 훌쩍 상회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3.3%를 제시했으나, 이보다 0.3%포인트(p) 높은 3.6%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이로써 올해 1~11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1월 5.2%로 시작해 2월 4.8%, 3월 4.2% 등으로 내려왔다. 지난 4월에는 3.7%로 올 들어선 처음으로 3%대에 진입해 6월(2.7%)과 7월(2.3%)에는 2%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3.4%로 반등한 이후 9월(3.7%)과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 지속과 서비스업 중심의 회복이 전망치를 내린 근거였다.

그러나 하반기 상황은 정부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폭염·집중호우 등 기상악화에 더해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물가에 상방 압력을 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물가가) 점차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으나 실제 10월 물가는 전월보다 상승 폭이 오히려 확대됐다.

이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던 석유류 물가의 하락 폭이 축소되고, 농산물·신선식품 등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오른 게 주된 이유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에 따라 정부의 물가 전망은 사실상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전망치(3.3%)를 달성하려면 12월 물가 상승률은 최고 마이너스(-) 0.1%를 기록해야 한다.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물가가 우상향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매우 낮은 수치다.

현재 시점에서 12월 소비자물가가 최종 발표되면 올해 연간 상승률은 3.6%가 유력하다. 12월 물가가 2.2%에서 3.4% 사이에만 들어오면 연간 3.6% 상승률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3.0%까지 내려온 데다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보여 특수한 이변이 없는 한 12월은 11월보다 소폭 낮은 상승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전기·가스·수도 등 이미 인상된 공공요금이 물가 상승분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상황에서 12월 물가가 2%를 밑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은행은 전날(5일)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상당 폭 둔화했는데 앞으로 이런 빠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 이변이나 국제유가 변동 등과 같은 특별한 외인 변수가 없다면 완만한 기울기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석연휴 효과로 9월과 10월 농산물 물가가 올랐는데 11월 국제원유 가격이 떨어지면서 다소 안정됐다"며 "중동 사태,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이 향후 물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국제유가는 금과 같이 금리와는 반대로 가는데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당분간은 물가가 불안정한 추세를 보일텐데 아주 높은 물가는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저물가로 가긴 어려울 것이란 게 여러 학자의 공통된 견해"라고 조언했다.

다만 정부는 지난 7월 제시한 전망치인 만큼 시차가 있으며, 자체적으로는 물가 변동 추이를 지속 관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공식적인 전망은 1년에 두 번 발표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 달에 두세 번 점검한다"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했을 때 본 경로보단 물가가 높은 경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