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와 소송전서 먼저 웃은 한수원…K-원전 수출 '청신호'

美 법원, 웨스팅하우스 소송 제기 건 '각하'…"소송 자격 없어"
폴란드-체코 원전 수주 본계약 기대감…불확실성은 상존

미국 원자로 제조기업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이 6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엑스포(CIIE)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2018.11.0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미국 법원이 자국 원자력발전소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독자적인 원전 수출을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다. 오는 2027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내세운 정부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를 문제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전히 불안감은 상존한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소송할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법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제810절(수출통제 규정)을 집행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수출하려고 하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 규정(제10장 제810절)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한전은 웨스팅하우스가 주장하는 원자력에너지법은 법 이행 권한을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사인(私人)에게 권리를 주장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결국 미 법원의 이번 각하 결정은 한전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원 결정에 'K-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폴란드, 체코 등 원전 건설을 맡길 기업을 고민하는 외국 정부 입장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 간 소송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웨스팅하우스가 아닌 한수원을 선택했다가 법원 판결로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일단 걸림돌이 사라지면서 한수원의 원전 건설 수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원전 수출의 물꼬를 튼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건설 등의 본계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1일 서울 더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산업부-폴란드 국유재산부간 양해각서 및 기업간 협력의향서 체결식에서 황주호 한수원 사장, 피오트르 보즈니 ZE PAK 사장, 지그문트 솔로쉬(Zygmunt Solorz) ZE PAK 회장,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2.10.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지난해 10월 한수원은 폴란드 민간발전사인 제팍(ZEPAK),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와 폴란드 바르샤바 서쪽 240㎞에 있는 퐁트누프 지역에 최대 4기의 APR1400을 건설하는 사업에 관한 협력의향서(LOI)를 맺으며 사실상 향후 프로젝트 사업자로 내정됐다.

당시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한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본계약까지 이어질 확률이 100%"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만나 "원전·방산뿐 아니라 전기차·IT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프로젝트도 수주 전망이 밝은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한수원을 포함해 미국·프랑스 기업 3곳이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내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3개국 중 원전 운영과 기술력에선 한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튀르키예에도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해 4월 한국전력에 해당 사업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한전은 실무자 간 면담을 거쳐 튀르키예 측에 예비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양측은 공동 사업타당성조사 추진을 목표로 협의 중이며, 협상 속도에 따라선 예상보다 빨리 성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5·6호기에 대한 건설 협력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원전 수주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은 상존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대부터 지식재산권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에 항소하고, 여타 경로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미국 정부에서 직접 수출통제를 문제 삼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미 법원의 결정은 소송의 본안과는 별개의 절차로 본안의 쟁점에 대한 승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과도한 장밋빛 해석은 경계했다.

또 "미 연방법원의 해당 판결에 불복해 웨스팅하우스가 항고를 진행할 수 있고, 이 경우 다시 한번 소송제기의 적법성 인정 여부에 대한 항고법원의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미 연방법원에서의 소송과는 별개로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 중재 절차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미 연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향후 양 측 분쟁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