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족쇄 이번엔 풀릴까…유통산업발절법 개정 난항

당정 "유통시장 변화 반영해야"…尹 '킬러규제 철폐' 지시에 총력전
野 "골목상권에 큰 피해주는 재벌·대기업 대변 개정안"

대구 지역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인 월요일로 변경된 2월13일 오후 휴점에 들어간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 출입문이 닫혀 있다. 2023.2.1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 규정을 일부 푸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여야와 업계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규제' 철폐 지시에 따라 영업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과 온라인·중소상인들은 전통시장과 노동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31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산중위 여야 소위 의원들은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법안 의결을 보류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야간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명확한 법규정은 없지만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온라인 배송이 규제되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금지한 법제처 해석이 12년 전에 나와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현재의 유통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5년 11월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한 바 있어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위해선 법개정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정부는 지난달 킬러규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이같은 규제 해소를 추진 중이지만, 업계 간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림에 따라 법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심사 중인 산중위에서도 여야 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어 개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에서 "이 법안이 통과돼서 온라인판매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면 대형마트, 쇼핑센터가 물류기지가 돼 심야배송이라든가 새벽배송, 로켓배송 이런 것들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러면 결국은 골목상권에 오히려 굉장히 큰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유통산업에서 계속 점유율과 시장이 커져가니 재벌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통기업의 주가도 떨어지고 실적도 나빠지고 있어서 그런 기업들의 이해와 요구를 전경련이 받아갖고 계속적으로 제기해온 것으로 안다"고 대기업 친화적이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이에 "상생을 위한 것이지 대기업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대형마트 3사가가 받는 이익은 야간에 물류를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시장상인연합회와 합의된 것은 대형마트와 공동 마케팅과 온라인 플랫폼 내 전통시장 입점 지원, 컨설팅 지원 이런 부분을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체인스토어협회는 통합물류시스템 관련 지원단 구성, 대형마트의 유휴공간 지원 이런 부분을 통해 자기들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합의가 된 것"이라며 "금년에만 7번, 작년부터 올해까지 19번 만나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형마켓에서 판다고 대기업이 생산해서 대기업이 전부 이익을 보는 게 아니고, 판매하는 물건의 70% 이상이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 농업과 어업, 수산업자들에 의한 물품을 사서 파는 것"이라며 "이분법적으로 대기업을 왜 도와주느냐, 중소기업 손해 보는 거 아니냐는 시각으로 볼 일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같은 당 이인선 의원도 "대구는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주말에서 주중으로) 풀면서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을 두고 의무휴업일을 두게 되는 과정에서 큰 논쟁이 있었다. 후생경제학에서 보면 제한하면 안 되지만, 그것 때문에 골목상권이 급격하게 붕괴하는 문제가 있어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타협을 한게 현 제도"라며 "사실상 지금 대형유통업체들이 다 별도의 쇼핑몰을 갖고 쿠팡이나 마켓컬리랑 똑같이 판매하고 있지 않나. 이미 하고 있는데 지금 또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결국 산중위 소위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고 성과 없이 산회했다. 산업부는 상생안에 대한 구체적 보장 방안과 법 개정시 이해관계에 대한 추가 자료를 준비해 여야 의원들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국회 산중위 여당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의무휴업 폐지와 온라인 배송 확대를 원하고 있고,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도 있어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원실 관계자는 "재래시장·소상공인의 매출 감소가 불보듯 뻔한데 국민적 합의나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