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심각한데도…추계 모델은 공개 못 한다는 기재부
올해 세수 결손액 40조~60조원 전망…"9월 초 세수 재추계 발표"
추계 모델도 함께 공개해야…"근거는 없이 열심히 하고 있단 식"
- 손승환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세수 재추계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나 일각에선 세수 오차가 재정 효율성을 저해하는 만큼 아예 추계 모델까지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계 방식의 투명성을 제고하자는 취지인데 정부는 해외 어디에도 추계 모델을 공개하는 경우가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찾아 "세수 재추계 결과를 9월 초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내부적으로 재추계 작업은 늘 하는 것이고 공개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 올해 세수 결손이 가시화하자 5월 말 무렵엔 "8월, 늦어도 9월 초에는 공식 재추계 결과를 국민들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덜 걷히면서 '세수 펑크' 지적이 잇따르자 기조를 바꾼 셈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계산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해 세수 결손액은 40조~6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몇년 새 우리나라의 국세 수입액 자체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의 감소 폭이자 큰 오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정부가 세수 재추계 결과뿐만 아니라 세수 추계 모델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난해 초 '세수 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을 통해 추계모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직후 내놓은 올해 세입 전망에서 곧바로 큰 오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추계 모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세수 추계 과정에서 외부 자문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인정한 것과도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같은 자료에서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 중심의 추계 과정에서 관계기관 및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추계 모델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어떤 수식을 통해 추계했다 정도는 국회 설명자료를 통해 공개한다"라며 "계수값까지 공개하란 것은 데이터베이스, 한마디로 컴퓨터를 다 내놓으란 이야기인데 그렇게 하는 나라는 해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대규모 세수 오차는 재정 건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6일 '세수 오차의 원인과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대규모 세출 감액 등은 재정기조의 급격한 전환으로 이어져 재정 정책의 거시경제 안정화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데이터나 모형, 알고리즘 등을 갖고 어떤 근거로 추정하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식"이라며 "그동안 추계를 잘했으면 몰라도 해마다 계속 틀리는데 추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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