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쇼크]②中 '디플레 공포' 日 잃어버린 30년 따를까…韓 저성장 '부채질'

中 일본식 장기불황 땐 韓 장단기 성장 타격에 금융불안
"정책 당국, 불안 완화 전략 세우고 시장 변화 대응해야"

편집자주 ...중국발 경제 쇼크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기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데다, 헝다·비구이위안 같은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가 잇따라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부동산·금융시장 붕괴 위기라는 겹악재를 맞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 등은 중국이 과거 일본의 '버블붕괴'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 교역액 및 수출액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무역파트너로 중국 경제 위기는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입니다. 이에 뉴스1은 중국 경제 위기 현황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기사를 3편을 게재합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중국은 출산율 감소도, 부동산 거품도, 재정적자 급증도 일본과 닮았다." (츠가미 토시야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지난 3월)

디플레이션 공포에 빠진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진입 당시와 닮았다는 진단이 쏟아진다. 안 그래도 경기가 좋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괴로운 일이다. 가장 인접한 두 이웃국 모두 눈부신 성장 이후 장기 불황에 빠져드는 길을 똑같이 걸으려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버블 경제가 막을 내리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중국의 성장에 반사 이익을 보면서 세계 10위권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만약 중국이 실제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진다면 이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한국으로서는 당장의 성장률은 물론 잠재성장률 제고에도 힘이 배는 더 들게 된다.

18일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이달 초 낸 보고서를 보면 중국 경제가 하반기 정부 정책 지원에 따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분석이 제시돼 있다.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 수출 둔화 우려까지 높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도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강화하면서 올해 목표치 5% 내외 성장은 가능하겠으나 대내외 수요 부진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계속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두 기관 모두 중국의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장기 불황으로 나아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중국 경제를 보는 한국 내 시각은 다소 온건하나, 서방의 시각은 훨씬 차갑다. 서구 언론은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일본의 뒤를 따를 가능성을 집중 조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제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분석 기사에서 "중국 투자가들에게 이미 잃어버린 10년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 7월 물가 상승률이 2년5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디플레이션 망령이 어른거리는 실정이다. 여기에 노동력은 노화되거나 줄었고 막대한 부채가 쌓인 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모두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직전과 흡사하다.

WSJ는 지난 15일 오피니언에서는 "중국은 영향력이 단기에 쇠락하진 않겠지만 분명히 저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WSJ는 이 과정에서 과거 일본의 버블 붕괴와 최근 중국의 어려움을 대치하면서 '중국이 일본 다음 차례일지'에 대해 주목했다.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했던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미래 중국은 일본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아마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확실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면서 "당국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디플레이션의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예상이 우세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빠른 태세 전환이다. 문제는 이같이 비관적 태도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는 점이다.

츠가미 토시야(津上俊哉) 일본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난 3월 언론 기고에서 최근 중국 경제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과거 일본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각각 △출산율 감소 △부동산 거품 △재정적자 및 지방정부 부채급증 등이다. 일본마저 중국을 보면서 "우리와 닮았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츠가미 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3요소는 서로 깊게 연관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를 띤다. 경기 부양을 위해 뿌린 돈이 부메랑처럼 부동산 거품과 정부 부채로 돌아오는데, 저출산으로 성장세는 제한되고 향후 복지지출 증대로 인해 재정지출 증가세도 예상된다. 무거운 정부 부채는 추가 경기 부양을 어렵게 하며 동시에 금융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츠가미 연구원은 "중국은 점점 더 일본과 닮아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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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장기 불황 그림자에 선 중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도 위협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불황 진입 시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충격에 크게 노출될 수 있다"면서 "당장 하반기 대(對) 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인해 큰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국 리스크가 국내 각종 부채 리스크를 자극하면서 신용우려 증폭, 원화 불안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겪는 불안은 환율 등의 경로로 이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엔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 빠지는 등 악재가 터지면서 지난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위안화에 동조된 원화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음에도 전날(17일) 달러당 1340원대를 뚫고 연고점을 찍는 등 급작스러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암울한 요소다. 애당초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지녀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장기 불황이 달가운 일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한 중국의 침체는 전 세계의 잃어버린 침체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 20%에 달한다.

자연스레 한국의 잠재성장률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대였지만 지금은 2%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대로면 10년 내 0%대로 주저앉는다는 분석이 불과 2년 전에 나왔다. 중국의 성장으로 누리는 반사 이익이 줄고 오히려 중국의 장기 불황이 현실화해 한국에 불이익으로 다가온다면 잠재성장률 제약을 넘어 감소마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불황을 겪을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매년 0.4%포인트씩 둔화해 2027년에는 3.8% 내외로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이 전면적 구조개혁에 성공할 경우 2030년까지 연평균 5.1%의 중간 속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지만 개혁 실패 때는 2~3%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과 유사해 예전 같은 반사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중국 발(發) 불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내놓는 해법은 지금껏 의존해 온 성장 구조에 더는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국제경제센터는 "중국 발 불안을 완화하는 안정망 구축을 포함해 디리스킹 전략을 준비하는 한편 중국과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B는 "정책 당국자들은 오랜 기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이었던 중국 등의 급속한 확장에 의지하지 말고 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