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 회사채 발행 1분기에만 1조 돌파…한수원 6천억
신규원전 건설 등 필수 시설투자 비용에 운전자금 압박 더해져
서부발전 3700억, 남부발전 1000억 회사채…"동반부실 우려"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1분기에만 6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원전 건설 등을 위한 시설투자비 확보가 주목적이지만, 모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중간배당 요구에 따른 자금압박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그룹사가 올해 들어 발행한 회사채만 벌써 1조 원을 넘어섰다.
3일 한수원 사업보고서와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연결재무재표 기준 122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16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 들어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고 신규원전 가동을 통한 판매량 상승 등으로 전력매출이 늘어나면서 적자를 상쇄하고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한수원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건설 및 루마니아 TRF 건설사업 등 신규 해외사업 수익이 확대됐고, 전사적 재무개선 노력을 통한 고강도 비용 절감을 통해 전년 대비 1841억 원이 증가한 1221억 원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적자 수렁에서 벗어났음에도 한수원은 올 초부터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3100억 원에 이어 같은 달 25일 2900억 원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했다. 한수원은 6000억 원의 회사채 발행 목적을 '새울 3·4호기 및 신한울 3·4호기 발전소 건설비용'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회사채 발행은 신규 원전 건설 등 시설투자가 주된 목적이지만, 1분기에만 6000억 원의 실탄 확보에 나선 것은 한전 중간배당 여파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조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은 지난해 연말 자회사들에 총 3조2000억 원의 중간배당을 요구했는데, 이중 절반에 달하는 1조5600억 원을 한수원이 책임지기로 한 바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은 신규 원전 건설과 시설보강, 설비개선 등을 위한 것"이라며 "여러 가지 회사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해서 발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는 총 2조 2477억 원이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1조 3570억 원을 발행한 2021년에 비해 1조 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는 신규 원전 등 시설투자비에 더해 한전의 중간배당 할당 금액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를 뛰어넘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간배당 요구에 따른 자금압박은 다른 한전 그룹사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3700억 원의 회사채를, 같은 달 한국남부발전은 1000억 원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했다. 한수원 6000억 원을 포함하면 올해 초에만 한전 발전그룹사가 발행한 회사채만 벌써 1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채 해소를 위해 절실한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고통분담, 경영부실이 전력그룹사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3000억 원 안팎을 부담해야 하는 발전사들 역시 중간배당금, 운전자금 마련을 위해선 빚을 내는 방법밖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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