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사외이사는 '찬성표 거수기'…이사회 1번 당 100만원씩 수령
1년간 22차례, 49건 표결…반대표 2개 안건도 통과 '유명무실'
"사기업이나 공기업이나"…'정부 입김' 발전공기업 대동소이
- 심언기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전력공사(015760) 사외이사 대부분이 이사회 표결 안건에서 찬성표로만 일관한 것으로 나타나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년간 한전 전·현직 사외이사 13명 중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는 단 3명으로, 10명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14일 한전이 거래소에 공시한 사외이사 등의 활동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9일부터 올해 2월 23일까지 이사회는 22차례 이사회를 열고 49개의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사외이사 13명은 이 중 47건의 안건에 전원 찬성표를 행사했고, 지난해 12월 27일 이사회에 상정된 '한전기술 주식 매각방식 변경 시행안'과 올 2월 23일 '2024년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조기 출연안' 등 2건의 안건에서만 반대표가 나왔다.
경희대 대학원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지난해 11월 사외이사에 임명된 김성은 교수는 이 두 안건에 모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유일한 인물이다. 공인회계사회 회장을 지낸 김재신 회계사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교수 및 동 대학 국가미래전략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기 이사는 김 교수와 함께 에너지공대 조기 출연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전기술 주식 매각방식 변경 시행' 안건은 한전기술 지분 14.77% 매각을 추진하던 한전이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려다 실패하자, 이를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방식으로 변경, 매각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상정됐다.
PRS는 주가가 약속된 금액 수준을 밑돌면 매각자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보전해 주고, 반대로 주가가 이를 상회하면 투자자가 초과수익을 매각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매각방식 변경이 한전 이익의 극대화를 꾀하는 데 적합할지에 대해 일부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상정된 에너지공대 조기 출연 안건에서 이례적으로 3건의 반대표가 발생한 것은 한전 경영의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으로 보인다. 200조 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공대 조기 출연으로 유동자금이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전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의 출연금이 연말에서야 집행돼 에너지공대 각종 현안 사업이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대금 등 문제가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이 커 3건의 반대표에도 조기출연 안건은 이사회를 통과했다.
한전 비상임이사 정수는 8인이다. 한전이 지난 1년간 8명 정원의 비상임이사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2억165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약 2700만 원이다. 한 달에 2차례가량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고 2700만 원을 수령, 이사회 1번 참석당 100만 원가량씩을 받은 셈이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사기업이나 공기업이나 지분 및 선임 구조상 사외이사가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며 "발전자회사들 역시 중간배당 안건 외에는 대부분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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