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매각가, 한전 20일치 이자도 안돼"…황금알 거위 배 가르나

중간배당 1600억 냈는데…지분 20% 매각 목표가 1300억원
'전력시장 민영화' 논란도 부담…총선 후 추진 여부 주목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200조원의 누적부채로 신음하는 한국전력공사(015760)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한전KDN 지분 매각을 두고 전력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전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한전KDN 지분 매각은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비판과 함께 매각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적시성을 갖기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14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KDN 이사회는 지난해 말 모회사인 한전에 1600억원의 중간배당을 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 1조5600억원, 발전5사 1조4800억원에 이어 가장 많은 금액의 배당금을 내놨다.

한전KDN 이사회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및 부채 상황을 감안해 중간배당을 위한 정관 개정안에 이견을 내지는 않았지만, 중간배당을 위한 임의적립금 이입으로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일부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KDN은 발전에서부터 급전, 송변전, 배전, 판매에 이르는 전력계통 전 과정에서 전력계통 감시, 진단 및 제어, 전력사업 정보관리 등을 총괄 제공하는 전력 ICT기업이다. 한전이 1992년 100% 출자해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김동철 사장 취임 후 한전은 보유한 한전KDN의 지분 20%를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한 2차 자구안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해 한전 보유지분 20%를 매각해 1300억원가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전KDN 지분매각 자구안 발표 이후 전력업계에서는 국가 전력망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전이 지분 전체를 소유했을 때와 달리 민간 자본이 유입돼 경영에 참여하면 공익성보다 수익성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전력설비 관련 사업 전반에 관여하는 한전KDN 사업 특성상 내부기밀이 주주를 통해 외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한전KDN 지분매각이 한전의 민영화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눈초리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전력업계에서는 한전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온 한전KDN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번 중간배당액으로만 1600억원을 지원한 한전KDN의 지분 20% 매각 목표가가 1300억원 수준에 불과해 굳이 민간에 넘기려는 명분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전KDN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1년 188억5440만원, 2022년 369억8560만원을 각각 한전에 배당, 2년간 배당액만 558억원이다. 2021~2022년 및 2023년 중간배당액을 더하면 한전에만 총 2158억원을 배당, 단순 계산 시 지분 20%의 3년간 소유가치가 431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또한 한전KDN을 상장해 지분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짜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 매각을 한전 부채해소의 실효적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 이자액만 하루 70억원이 넘는 상황인데 한전KDN 지분 매각으로 확보하는 금액은 20일 치 이자액 수준도 안 된다"며 "황금알을 낳는 알짜 회사 지분을 매각해서 얻는 이익과 향후 수십 년 긴호흡의 기대이익을 비교하면 정답은 나와 있지 않느냐"고 했다.

한편 한전은 한전KDN 지분 매각 자구안 발표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는 구체적 상장 및 매각 관련 작업을 진행하진 않고 있다. 전력업계에서는 총선 이후 전기요금 조정 등 한전 재무여건 변화에 맞춰 한전KDN 지분매각 추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다만 국제 석탄, LNG 및 유가 하락으로 한전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이고, 올해 국제에너지 원재료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한전KDN 지분매각이 원점 재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제기된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