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없었다"…10월로 기우는 금리인하 무게추

이창용, 가계부채·시장기대 지적…전문가들 "8월 인하 가능성 줄어"
긴축기 이후 첫 '금리인하 검토' 언급…"8월 인하 배제 못해" 전망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7.1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8월과 10월을 두고 엇갈렸던 국내 채권 전문가들의 기준금리 첫 인하 시점 전망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10월로 기울었다.

기대했던 인하 소수의견은 나오지 않았고, 여기에 최근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우려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이 더해졌다.

다만 금통위가 이번 긴축기 최초로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를 내는 등 명확한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신호도 보였다는 점에서, 아직 조기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3.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당초 시장에선 7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리던 금통위가 인하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금리 인하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 9명 중 4명은 이번 금통위 회의 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나올 것이며, 이 경우 인하 시점은 8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목표 수준에 가까워진 반면, 미국의 통화정책 피벗(전환) 시점이 더욱 명확해지고, 2분기 내수 경기가 부진을 거듭하며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자 인하 전망 무게추는 8월에서 10월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이 총재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시장 기대를 지적한 부분도 매파적으로 해석되면서 8월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가 상당히 많이 하락한 것은 한은이 곧 금리를 인하한다는 기대가 선반영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그로 인해 주택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집값 상승 기대를 (부채질)한 것이 아닌가 유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난 5월에 생각한 것보다는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적 목표라는 점에서 유의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12회 연속 동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1년 6개월 동안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 운용이 이어지게 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기존 1~2명의 소수 의견과 8월 인하 전망을 내놨던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늘 금통위 결과를 봐선 8월 기준금리 인하는 물 건너간 것 같다. (첫 인하 시점은) 10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재의 말처럼 수도권 부동산과 가계대출 등 금융 불안 요인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성이 있고, 부동산 가격이 안 잡힌다면 10월보다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명의 소수의견을 예상했던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아직 8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이번 금통위 내용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지연 리스크는 분명히 더 커졌다"고 말했다.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했던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 대해 "금리 인하 시그널을 빠르게 주지 않겠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시장의 기대가 8월 첫 인하로 잡혀 있었는데 그러한 부분을 약화시키겠다는 의지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금통위 직후 나오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는 이번 긴축기 최초로 '금리 인하 검토'를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의 수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았고 이 총재가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반대로 금리 인하에 대한 긍정적 신호도 이전보다 명확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 소수의견을 기대했던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로 8월 인하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차장은 "통상적인 소수의견 견해만 따지면 8월 인하 전망이 어려워진 것이지만, 통방문이나 이 총재가 발언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명시적으로 표현됐다"며 "금통위가 8월에 금리를 인하해도 시장에선 신호를 주지 않았다고 반론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8월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상훈 연구원은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은 대신에 통방문은 비둘기적이었다고 본다. 금통위가 무게 중심을 맞추는 쪽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8월 인하 가능성을 아직 배제할 순 없다"며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 물가가 낮아져 기준금리 9월 인하 확률이 높아지면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될 수 있다"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