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사과가 끌어올린 물가…안정 안되면 2%대 안착 어렵다

근원물가 하락 불구하고 농산물·유가 상승에 두달 만에 3%대
"변동성 큰 유가·농산물…체감 물가 부담 커질 수도"

과일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쌓여있다. 2024.3.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유가와 과일값 급등 영향으로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오르면서 정부·기관이 예상했던 올해 2%대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오르며 두 달 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다 이번에 4개월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2월 물가가 재반등한 데에는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 오름세 영향이 컸다. 품목별 기여도를 보면 농산물은 0.21%포인트(p), 석유류는 0.15%p로 기여도가 컸다.

특히 사과(71.0%), 귤(78.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쌀(9.2%), 배(61.1%)와 같은 농산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공업제품에서는 수입승용차(8.5%), 티셔츠(10.4%), 휘발유(2.0%), 남자외의(8.5%), 아이스크림(10.9%)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2년1개월 만에 가장 낮았던 지난 1월과 같은 수준이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3.77(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전월(2.8%)보다 0.3%포인트(p) 높은 수치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국내외 기관이 올해 2%대 물가를 전망했고, 정부가 올해 상반기 2%대 안착을 목표로 범부처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물가 잡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가 2.6%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2.5%) 국제통화기금(IMF·2.4%), 아시아개발은행(ADB·2.5%) 등은 정부보다 더 낮은 물가전망치를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을 2.7%로 보고 있다.

근원물가 하락세와 올해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 전망에도 불구하고 과일값 급등과 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올해 2%대 안착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원유 가격 변동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정 추세였던 유가가 최근 다시 오르고 있으며, 이미 지난해에도 많이 오른 농산물 가격도 기저효과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지 못하면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체감 물가 부담이 크게 와닿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 상승률을 봤을 때 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이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먹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기후 영향이 큰 농산물과 중동 정세, 산유국의 감산 여부에 영향을 받는 유가는 정부나 한은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수"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날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농축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할인 지원 확대, 수입과일 신속 도입, 비축·방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석유류·서비스 가격 등 물가 불안 품목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