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사임당' 새뱃돈 기억하나요…어느덧 15년 정년 임박

2009년 첫 발행 5만원권, 유통수명 15년 다해가
발행 이후 꾸준히 애용…시중 현금의 90% 육박

설 명절을 앞두고 어린이집 원아들이 세배하고 받은 복주머니를 들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에서 2009년 최초 발행된 5만원권의 유통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초기 발행 물량을 중심으로 올해 정년 퇴임하는 5만원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발행 이후 14년7개월이 지난 5만원권은 현재 시중에 약 160조원이 풀린 상태다. 전체 시중 현금의 90%에 육박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159조8679억원으로 전체(181조947억원)의 88.3%에 달했다. 화폐발행잔액은 한은이 발행한 화폐 금액에서 환수한 금액을 제외하고 시중에 남은 금액을 뜻한다.

5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지난 2013년만 해도 40조6812억원으로 전체의 64.2%를 차지했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 규모가 10년 새 4.45배 불어난 데다 시중 화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만에 40% 가까이 증가했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설 자금 방출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5만원권은 2009년 6월23일 최초 발행됐다. 한은은 신규 고액권 발행 계획을 2007년 5월 공표한 이후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36년 만에 대한민국에 새 고액권을 선보였다.

첫 발행 당시 5만원권은 새뱃돈 등 경조사비와 관련한 눈높이가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를 샀다. 실제로 당시 여러 설문조사에서 5만원권 발행에 따른 경조사비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이후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해 애용됐다.

과거 5만원권의 유통수명은 대략적인 추정치조차 없었다. 적어도 1만원권의 수명보다는 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화폐 유통수명은 신권이 한은 창구에서 발행된 이후 유통되다가 더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돼 다시 한은으로 돌아올 때까지 걸린 기간을 의미한다. 한은은 입금된 화폐 중 손상권을 표본으로 추출한 뒤 납품 시기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권종별 기대수명을 조사한다.

5만원권 (자료사진) /뉴스1

그러다 2019년 말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5만원권 수명 추정치는 13년6개월이었다. 실거래보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로 쓰이는 데다 카드 사용 활성화에 따른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맞물리면서 다른 권종보다 수명이 높게 나타났다.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1년 초 새로 발표된 5만원권 유통수명은 14년6개월로 기존보다 1년 늘었다.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 5만원권의 정년을 연장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그 뒤 2022년 말에 공개된 수명은 15년1개월로 종전 대비 5개월 증가했다.

최초 발행 이후 14년7개월이 지난 5만원권이 그동안 여러 이유로 퇴장이 점차 늦어졌으나, 올해부터는 정년 퇴임하는 5만원권이 초기 발행 물량을 중심으로 속속 불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5만원권은 지난해 손상지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버려진 손상화폐 규모는 연간 17.2% 급증했으며 그 배경에는 대면 상거래 정상화와 함께 5만원권의 유통수명 도래 또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