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표결로 결정된 최저임금…기준도 제각각 '제도개편 목소리↑'
[기자의눈]올해도 공익위원들 손에 결정…해마다 다른 기준 논란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2025년 최저임금 시급이 1만 30원으로 정해졌지만,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사의 반발과 논란은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캐스팅보트' 공익위원들의 손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면서 노사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해마다 제각각인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산출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임위 내부에서조차 시스템에 한계를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올해는 더욱 제도 개편 논의에 열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임위는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 구간 내에서 5차 수정안을 제출받은 뒤 이를 표결에 부쳤다. 표결에서 근로자위원안(1만 120원) 9표, 사용자위원안(1만 30원) 14표로 '1만30원'이 최종 의결됐다.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4인은 표결 직전 퇴장하면서, 투표는 23명만 참여했다.
공익위원은 1만원(하한선)~1만 290원(상한선)을 심의 촉진 구간으로 설정했다. 상한선의 근거로는 2024년 국민경제 생산성 상승률 전망치로 '경제성장률(2.6%)+소비자물가상승률(2.6%)-취업자 증가율(0.8%)'의 산식을 통해 4.4%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하한선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른 중위임금의 60% 수준 감안 △지난해 노동계 최종제시안 등이 고려됐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에게 "상한선의 기준으로 이 지표를 활용한 것은 심의과정에서 노동계 위원들께서 최저임금 결정하는 데 최소한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의 경제지표는 반영해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청이 있었다"며 "그 논리에 입각해서 상한선을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산식에 반발했다. 민주노총 측은 표결 직전 퇴장해 "최선을 다했지만, 물가 폭등에 따른 물가상승률, 실질임금이 2년째 하락인데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심의 촉진 구간이 제시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심의 촉진 구간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에서 (공익위원들의) 제시(안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익위원들의 심의 촉진 구간 제시에 대한 반발은 벌써 올해까지 5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부터 공익위원들은 매년 다른 기준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그 구간 내에서 최저 임금액을 표결로 결정해오면서 이같은 비판은 최저임금 결정 시기마다 제기됐다.
2023년 제시한 상한선의 구간은 2023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3.4%)와 생계비 개선분(2.1%)을 더해 5.5% 인상한 금액으로 산출했다. 2022년에는 상한선 구간에 대해 2021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중위수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를 반영했다.
매년 일관성없이 오락가락한 중재안 산출 근거는 해마다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올해도 노동계는 "공익위원들은 제 입맛에 맞는 제시안이 나올 때까지 양측에 수정안 제시를 요구하다 종국엔 자신들이 만든 근거 없는 산출식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설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의 한 공익위원도 "대한민국의 최고 경제학자를 저 자리에 앉혀놓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제도의 한계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해마다되풀이되는 비판과 논란으로 인해 노사는 물론 공익위원, 정부 모두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올해 역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될 때다. 언제까지 공익위원을 앞세워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개편안을 마련해 국회로 보내는 등의 주도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야만 301만명으로 추정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흥정'으로 결정됐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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