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높이니 늘어난 '아빠휴직'…남성수급자 전년비 16.5%↑[저출생대책 대전환]
尹정부, 임기 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50% 목표
육아휴직 사용 유인 커졌지만…일각선 '의무화' 필요 주장도
- 나혜윤 기자
# 서울에서 9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A 씨(36·남)는 '아빠 휴직' 4개월 차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회사의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6+6 육아휴직제도'가 도입되며 부부 합산 최대 3900만 원의 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돼 휴직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A 씨는 "생후 18개월 이내에 제도를 사용해야 최대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금액적인 부분도 인사팀을 설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면서 "소득 걱정을 좀 덜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 세종에서 내년 1월 둘째를 낳게 되는 B 씨(35·남)는 육아휴직 사용 문제를 두고 아내와 고민이 깊었다.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현재 기준 급여가 월 150만 원(세전)까지 줄어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되어서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서 휴직급여를 월 최대 250만 원까지 늘린다는 소식을 접한 후 휴직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기울었다. B 씨는 "아이 둘을 키우기엔 금액이 너무 적었는데 단기간 휴직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육아휴직 첫 3개월 급여를 월 250만 원으로 인상하고, 아빠 출산휴가를 2배로 늘리는 등 아빠의 육아 참여를 대폭 늘릴 저출생 대책을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을 정부 임기 내에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마련됐다. 아빠에 대한 육아 지원이 엄마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배경에서다.
소득 문제는 육아휴직 사용 여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실제 2022년 모성보호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개선사항 1순위는 급여인상(28.9%)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이 감소하는 이유 탓에 육아휴직을 망설여왔다.
정부는 이처럼 '소득 걸림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벌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는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올해부터 시행했다. 이를 통해 통상임금이 모두 월 450만 원 이상인 부모라면 6개월 동안 최대 39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제도 시행을 통해 고용노동부는 육아휴직 사용이 현장에서 실제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6+6제도를 시행한 지 반년 만에 2023년 육아휴직 수급자 수와 동일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시행한 '3+3제도'의 1년 전체 수급자 수는 2만 3910명이고, 6+6제도를 이용한 수급자는 5월 말 기준 2만 3728명이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급여의 수급자 수는 2023년 5월 1만 6486명에서 올해 5월 1만 9213명으로 전년 동일 대비 16.5%가 늘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양한 육아휴직 옵션을 두고 단기적으로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목표"라며 "대책이 시행되면서 남성 육아휴직도 늘고 있다는 게 현장에 반영되고 있다. 아빠 두 명 중 한명은 어떤 형태로라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육아휴직 수요가 많은 초반에 급여를 높여 계단식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담겼다. 정부는 제도 개편을 통해 연간 1조 원의 예산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육아 현장에서는 사용 유인책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여가 올라가면서 짧은 기간이라도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릴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나라 특유의 기업 문화상 남성 육아휴직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 생산직이나 특수고용직은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큰 현실에서 남성 육아휴직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문제는 노동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가르치는 모두가 노동자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고용의 안정이 위협받고, 노동소득만으론 일상을 영위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된 저임금 노동자는 아이를 낳고 키워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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