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 주 단위 계산'에 정부 "환영" vs 노동계 "개악 의도"(종합)

'1주 12시간 한도 연장 가능' 첫 대법 판례에 노·정 온도차 극명
고용부 "근로시간 유연 논의 지원"…민주노총 "반노동 정책 투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환경노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장 여야 의원 노트북에 각각 '근로시간 개편으로 공짜야근 근절' 팻말(왼쪽)과 '주69시간 노동제, 대통령은 칼퇴근, 노동자는 과로사' 팻말이 붙어 있다. 2023.3.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정부는 1주간 연장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주40시간)을 초과한 나머지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합리적 판결로 존중한다"는 입장을 26일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과도학 해석과 판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판결"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의 환영 입장 발표에는 "노동 개악을 위한 사전모의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연장근로시간 계산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그간 행정해석으로만 규율되었던 연장근로시간 한도 계산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것"이라며 "현행 근로시간 법체계는 물론 경직적 근로시간제도로 인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심도깊게 고민해 도출한 판결로 이해하며 정부는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번 판결은 바쁠 때 더 일하고 덜 바쁠 때 충분히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합리적인 판결로 판단한다"며 "정부는 행정해석과 판결의 차이로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조속히 행정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향후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사정 사회적 대화 시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건강권이 조화를 이루는 충실한 대안이 마련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이같은 고용부의 공식입장에 대해 "좁게는 그간 고용노동부가 취해 왔던 행정해석이 사용자 편향으로 선회하며 동일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온갖 법적 분쟁의 혼란, 나아가 현장의 혼란으로 다양한 갈등이 빚어지고 심화될 것"이라며 "연장 수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마저도 분쟁의 영역에 포함될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의 판단이 향후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맞물려 그 법리적 토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전망했고,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통해 이것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드러났다"며 "나아가 노동시간 개악을 사회적 대화의 의제로 올려 기어이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마저 드러났다"고 힐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윤택한 삶과 노동자 건강권 확장,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개악 흐름에 규탄과 함께 명백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장시간 노동 금지를 위한 '일일 노동시간 상한 규정'과 함께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실현하는 동시에 노동시간 개악이라는 치밀하고 집요한 반노동 기류와 정책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날 근로기준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당사자간 합의가 있으면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연장이 가능하다. 1·2심은 1주 근로시간 중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합산했을 때 12시간을 초과하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최초로 내놨다. 1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1일 연장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