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확기 쌀값 전년比 13.6%↓, 불안한 출발…"13만t 시장격리"

10월 5일 기준 산지쌀값 18만8156원…하락세 이어질 전망
1인당 쌀 소비량 53.3㎏ 추산…올해 수요량 352만톤 수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쌀을 고르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내년 쌀값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올해 수확기 쌀값이 전년보다 13.6% 떨어지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쌀값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예상소비량을 낮추고, 남는 쌀 12만 8000톤을 매입, 시장에서 격리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조절하기로 했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수확기 첫 주인 지난 5일 기준 산지쌀값은 20㎏당 4만 7039원으로 전년(5만 4388원)보다 13.6% 하락했다. 80㎏ 기준 18만 8156원으로 20만 원에 크게 못 미쳤다.

보통 쌀값은 10월 첫 조사에서 높게 나타난 뒤 시장에 쌀이 부족해지는 단경기(7~9월)가 되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재고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지난해 수확기(10~12월) 쌀값이 80㎏ 기준 평균 20만 2797원에서 출발해 올해 7월 18만 1541원, 8월 17만 7615원, 9월 17만 4955원으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을 56.4㎏으로 쌀 시장격리, 주정·사료용 판매 등 대책을 시행했으나, 떨어지는 쌀값을 안정화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을 전년보다 5.5% 낮춘 53.3㎏으로 추산했다. 기존 추세에 맞춰 소비량을 추산할 경우 올해와 같이 쌀 재고가 남아돌 수 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인당 53.3㎏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쌀 수요량은 352만 톤으로 초과 생산량은 12만 80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는 초과 생산량 전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벼멸구 등 피해량을 조사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한 벼멸구 피해는 3만 4000헥타르(㏊)로 해당 면적에 대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사 피해 물량 결과를 토대로 매입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벼멸구 등으로 인한 매입량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총 20만 톤가량의 쌀이 시장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는 쌀값 목표치 설정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목표치를 밑돌 경우 추가 대책 마련 등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쌀 가격을 정부가 약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 "지난해보다 선제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수급 관리에 나서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농식품부는 오는 15일 이전 쌀 시장격리 등의 내용이 담긴 수확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2만 8000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라며 "쌀 재고 감소 등 추세를 살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