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④동물단체 "안락사하더라도 빠르게" 육견업계 "출하 통해 천천히"

개 식용 종식 방안 두고 이견…입장차 수년째 평항선
식용목적 개 입양 어려워…안락사도 시설·인력 등 난제

편집자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월 6일 공포되면서 '질서 있는 종식'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2027년 법 시행을 앞두고 남은 과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뉴스1은 이제 첫발을 뗀 '개 식용 금지' 사회로의 연착륙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 보도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개 농장의 남은 개들 도살 중단 및 보호조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3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개 식용 종식 방안을 두고 동물보호단체와 육견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질 않고 있다. 동물단체는 오는 2027년 전면적인 법 시행 전이라도 안락사를 통한 '빠른 종식'을, 업계는 출하를 통한 사육두수 감소를 원하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국의 식용 목적으로 사육되는 개를 50여만 마리로 추산한다. 보다 정확한 사육 두수 확인을 위한 연구용역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추산치와 실제 사육 규모가 비슷할 경우 식용 목적의 개가 온전히 사라지기까지는 2년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사육두수가 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보통 1년에 연간 20만 마리가량이 식용 목적으로 시장에 출하된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단하고 있다.

동물단체와 육견업계 간 이견은 '속도'의 차이다.

동물단체에서는 식용 목적의 개에 대한 안락사를 통해서라도 신속한 '개 식용 종식'을 주장한다. 반대로 육견업계에서는 사육 두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번식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은 반영이 돼야 한다며 속도조절을 얘기하고 있다.

캣치독팀 회원 등 60여 명은 지난달 25일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앞에서 개 식용 관련 종사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개 증식 금지, 도살 금지, 인권유린 개 식용 철폐 등을 구호로 외쳤다. 특히 면적당 개 사육 규모를 산출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부지를 임의로 넓히거나 보상을 노리고 신규 시설 신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동물단체는 개 식용 자체가 불법이라는 점을 들며 빠른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동물단체는 개 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 이후에도 사육농장 신고, 동물 구조 등의 행위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개 사육농장은 가축 사육 제한 구역인 경우가 있고, 도살은 식품위생법 등에서 식용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식용금지법 헌법 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회가 제정한 개식용금지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24.3.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반면, 육견업계는 개 식용이 하나의 식문화인 만큼 출하, 도축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종식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살아있는 개를 키우고 있는 만큼 강제로 사육규모를 감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번식을 통해 사육규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육견업계는 개 식용 문화가 10년 내에 없어질 문화였는데 법제화를 통해 금지됐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상태다. 개 식용 금지법으로 국민의 먹을 자유가 훼손되고 관련업 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이 침탈됐다며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 피력할 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양측은 2021년 12월 출범해 20여차례 회의를 가진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에서도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사회적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해 종식을 추진하고 있는데 육견업계에 남아 있는 개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동물보호소를 이용한 입양, 안락사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양과 안락사도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식용견은 대체로 큰 품종을 선호하는데다 특정 종을 선호하는 특성상 입양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최소 수만 마리의 개를 안락사시킬 수 있는 시설과 인력 모두 국내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인력이 대량의 개를 안락사시킬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의사 A씨는 "개를 안락사시킬 때 질병 등으로 인해 생명 유지가 어려운지를 확인한다"며 "살아있는 생명을 쉽사리 죽이는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엄청날텐데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원안이 문제가 아닌 남는 개에 대한 해결책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일부 강성 동물단체가 안락사를 해서라도 무작정 빠른 개 식용 종식을 요구하고 있다"며 "동물을 보호한다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쉽게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월 공포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따라 2027년부터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가 일절 금지된다.

도살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사육·유통·판매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육농장 또는 유통·판매장을 신규로 설치하면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