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추계위법' 국회 복지위 통과했지만…의정갈등 해결 '요원'

전공의 7대 요구 중 하나였지만…"장관 직속, 독립성 문제"
"추계위, 증원 명분으로 작동…효과 있을지 우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이 의사 정원을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있다. 2025.3.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이 의사 정원을 정부 직속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의 보건의료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있다. 2025.3.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조유리 기자 =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과학적 의사 수 추계를 위해 요구했던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설치 법안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의정 갈등 해소의 계기가 되진 못할 전망이다.

복지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추계위 설치 근거를 담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추계위의 심의 결과가 반영된다.

추계위 설치는 전공의들이 정부에 요구했던 7대 요구사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의협, 전공의, 의대생 등 의료계는 복지위에서 마련된 추계위 설치 법안에 회의적이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추계위의 독립성 문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추계위가 필요 의료 인력 규모를 추계, 심의하면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가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대 정원을 결정한다.

의료계는 추계위가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되는 만큼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서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줄곧 추계위를 독립적으로 설치하고, 심의가 아닌 의결권을 갖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날 심사과정에서 박주민 복지위원장도 "여러 단체가 생각이 다르면서도 유일하게 같은 주장을 하는 대목이 '보정심을 못 믿겠다'는 것이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보정심 관련 개선안을 고민해서 갖고 와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다.

의료계는 추계위를 15명 내로 구성하되 공급자 단체가 추천한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한 조항도 문제 삼고 있다. 공급자 단체엔 대한의사협회뿐 아니라 대한병원협회도 포함되는 만큼 결국 정부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란 지적이다.

추계위 설치법이 본회의를 통과해도 내년도 의대 정원 관련 갈등에도 해결이 실마리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추계위가 일정상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심의하기 어렵다고 판단, 2027학년도부터 심의 결과를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의 경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각 대학 총장 및 의대 학장들 의견을 수렴해 '학생 복귀'를 전제로 3058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의대 정원을 5058명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을 '협박성'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도 이달 말까지 돌아오지 않을 경우 학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제적' 압박 카드를 꺼들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추계위를 공급자 단체 추천 위원으로 과반을 채운다지만 공급자 단체에는 병원협회도 들어간다"며 "결국 정부에 유리한 대로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휴학 중인 한 의대생은 "지난해 2000명 증원을 결정할 때도 보정심에서 거수기처럼 1시간 만에 통과시키고 발표했다"며 "추계위는 (증원의) 명분으로 작동할 것 같고,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