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손 떨며 동작 느려지는 '이 질환'…"도파민 부족 때문"

파킨슨병 환자 다수 60대 이상…일상생활 가능해?
상태에 따라 치료법 자주 바꿔야…정기 진료 필요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박정수 씨(62·남, 가명)는 길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들려고 하면 이미 택시가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동작은 너무 느린데 전신의 경직마저 심해 항상 납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 일상생활이 힘들다. 박 씨는 파킨슨병 환자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다.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세포의 변성이 생겨,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합성·분비하는 뇌세포가 점차 줄어들고 몸의 움직임은 이상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지난 2022년 12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8년 10만 5882명과 비교하면 5년간 14%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성이 5만 1345명(43%), 여성이 6만 9202명(57%)으로 여성 환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하가 8836명으로 7%인데 반해 60대 이상은 전체 환자의 98%인 11만 8486명에 달해 대부분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고, 65세 이상 인구 중 1%가 파킨슨병 환자로 알려졌다.

퇴행성 질환인 만큼 전조증상 없이 천천히 나타난다. 초기에는 손 떨림 현상을 겪는다. 이후 몸이 굳어지는 경직, 말과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완서, 보행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노화현상과 혼동하기 쉽다.

김영수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증상 중 떨림과 경직은 정상적인 노화현상에서는 드문 현상"이라며 "고령의 환자들은 신경 퇴행이 빠르게 진행되며, 이 경우 약으로 조절이 어렵다.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파민 세포의 약 80%가 없어졌을 때 증상이 시작되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신경 퇴행이 진행돼서 병이 악화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우측이나 좌측, 몸의 한쪽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이 생겼다가 점차 전신증상으로 넘어가고, 이후 보행장애까지 나타난다.

주로 몸의 한쪽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점 때문에 뇌졸중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의 한쪽이 완전히 마비되며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반면,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고 동반되는 증상에서도 뇌졸중과 차이가 있다.

파킨슨병은 이런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몇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많다. 잠꼬대, 우울감, 후각 저하, 변비 등의 증상들이 먼저 나타나거나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고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파킨슨병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진찰로 이뤄진다. 파킨슨병은 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킨슨병과 유사한 다른 뇌질환인지 확인하기 위해 MRI 촬영을 한다.

치료에는 도파민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복용 후 뇌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도파민이 되는 '레보도파'라는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사용한다. 다만 레보도파 복용 환자 10명 중 4명이 4~5년 후 '약효 소진 현상'을 경험한다.

약효 소진은 약을 먹은 뒤 다음 약을 먹을 때까지 약효가 유지되지 않고 약기운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빠르게는 2~3년 만에 온다. 또한 몸이나 얼굴이 흔들리고 꼬이는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뇌 심부자극술(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널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은 뇌 심부자극술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1만 건 이상, 국내에서도 300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 뇌 심부자극술은 뇌 심부에 전극을 집어넣어서 망가진 회로를 전기적 작용으로 되돌려 놓는다.

전기 자극은 가슴의 피부밑에 자극 생성기를 설치하고 전선과 전극을 뇌 심부로 연결해 발생시킨다. 약 5~6㎜의 신경핵에 전극을 집어넣어야 하는 정교한 작업이다. 완치의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다.

아직 도파민 신경세포를 다시 살려내거나 세포의 소실을 중단 또는 지연시키는 치료법은 없으나, 이런 치료법의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진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병이 악화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고 당부했다.

김한준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파킨슨병의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수시로 치료법을 바꿔야 하므로 정기적으로 신경과 전문의를 방문해 상담하고 현재의 상태에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