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악의 의료공백 온다…"전공의 부재, 군의관·공보의 안 한다"
의대생, 현역 입대 '증가'…내달 인턴 모집도 지원 안 할 듯
레지던트 1년차 지원률 8%…병원들 "적자 개선 안될 듯"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신규 레지던트 모집 지원율이 8.7%에 그치면서,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의대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택하면서 군의관, 공중보건의도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마감된 전국 수련병원 레지던트 1년 차 모집에 총 314명이 지원했다.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서 총 3594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율은 8.7%에 불과했다.
'빅5' 병원(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에는 68명이 지원했다. 수도권에 193명, 비수도권에 121명이 지원했다.
의료계는 비상계엄 포고령이 지원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포고령에는 "전공의 등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따라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사직 전공의는 "포고령에 '전공의'가 담기면서 경제적인 이유, 교육 등을 이유로 복귀를 마음먹었던 (사직) 전공의들도 병원 복귀를 포기했다"며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문구가 폭압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공의 복귀가 요원해지면서, 의료공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1172명으로 전체 1만 3531명의 8.7%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선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인턴, 레지던트 2~4년 차 모집도 지원자 수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 1년차 지원율이 낮은 점이 인턴, 레지던트 2~4년 차 지원율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결국은 수술을 할 의료진이 필요한데,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병원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전문의 중심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자 폭이 조금 줄어드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빅5 병원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40%에서 5%로 급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238명이다. 빅5 병원 전체 전공의 수는 2022년 2437명, 지난해 2742명이었는데 올해는 예년의 10% 미만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 증가로 공보의, 군의관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00명대에 불과했던 군 휴학 의대생은 약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현역 군복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는 전날(10일) 성명문을 통해 "현역 입대한 의대생은 이미 8월에 1000명이 넘었고 의대생 24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0.5%가 현역 복무를 하겠다고 한다"며 "전공의 입대가 시작되고 나면, 군 의료자원은 더 이상 없다"고 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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