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협의체 '성탄 선물은 없었다'…‘강 대 강’ 다시 원점
의정갈등 해 넘겨 고착화 우려…신입생 4500명 굳혀질 듯
의료계, 대화 보다 강경 기조 전환…차기 의협회장 선거에도 영향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겠다"고 공언한 '여여의정 협의체'가 빈손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출범 20일 만이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의대협회)가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그나마 유의미했던 의료계와 정부, 국회의 소통 창구가 사라졌다.
당분간 대화 창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은 해를 넘겨 고착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정부가 제시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 4500명은 확정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2일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전날(1일) 오후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두 단체는 "12월 6일 수능 성적 발표 전까지 정부가 의대정원에 대한 유연한 정책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이것이(오늘 회의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수능 성적 발표(6일)와 수시 합격자 발표일(11~13일)이 다가오는데 의대 정원 조정에 진전이 없자 협의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차 회의를 제외한 3번의 협의체 회의에서는 두 단체가 제일 먼저 요구했던 의대생 휴학 승인과 함께 의학 교육 평가·인증에 관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을 당분간 중지하기로 하는 등 일부 합의점도 있었다. 다만 핵심 쟁점이었던 내년도 의대정원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논의는 불가하다며 또 한 번 선을 그었다.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의사인력추계위원회에서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에 목소리를 높이며 의료계의 반감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며 한 대표의 경북 국립의대 신설 지지 행보를 비판했다.
한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 지지'를 한 것이 두 단체가 협의체를 탈퇴한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년도 의대 정원 논의에 진전이 없고 의협 비대위 등 의료계가 협의체 참여 중단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탈퇴의 여지를 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의료계 관계자는 "(두 단체가) 이렇게 나오게 될 줄 알았다. 애초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며 "정부에 협상에 대한 명분만 주고 왔다"고 했다.
이로써 당분간 의료계는 정부와의 대화 보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보다 강경하게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의 핵심인 전공의와 의대생을 아우르지 못해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이 탄핵당한 후 꾸려진 비대위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지지를 받아 탄생했다. 박형욱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에는 15명 중 6명, 즉 40%가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구성돼 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실패로 좌초하면서 차기 의협 회장은 대화파 보다 강성 성향의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의협은 이날부터 이틀간 회장 후보자 등록을 받고 내년 1월 2일부터 4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현재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미래의료포럼 대표), 최안나 의협 대변인(가나다순) 등이다.
정부와의 대화 단절은 이번 주로 예정된 수련 전공의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수련 전공의 모집이 오는 5일부터 시작돼, 19일쯤 합격자를 발표한다.
협의체 와해로 정부에 대한 전공의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이번 전공의 모집으로 전공의 복귀를 바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와 여당은 그럼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당정은 전날 브리핑에서 "소통창구가 열려있고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비공식석상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정부·여당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고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입장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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