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내일 첫 회의…위원장 "정부 사과해야…결자해지"
박형욱 "2000명 증원은 비과학적…정부 인정해야"
대정부 투쟁 방향 논의…전공의, 교수, 의대생 등 참여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9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와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의료계에 대한 사과'와 '증원 절차상의 오류 인정' 등을 꼽았다.
박형욱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오전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의협과 정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직접 참여했으나, (이곳에서는) 의대 증원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과 다르게 대국민 담화에서 (협의체에서)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협의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든지 부처의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이 '의료계는 불통'이라고 낙인찍은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대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 공급 과잉이 초래된다는 연구는 다 빼버리고 원하는 연구만 가지고 결론을 내린 것은 비과학적"이라며 "(정부가) '비과학적 주장을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문책의 정도는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면 정부가 결정할 문제다"고 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대화 문제는 (비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따를 것"이라며 "정부가 신뢰회복 조치를 하고, 정부를 믿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을 때도 대화를 거부를 하는 것은 이상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모집 인원이 확정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재조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내년 5월까지 협의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고등교육법은 4년 예고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이 입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교육, 시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법에 따르면 2025년 의대 정원은 1년10개월 전인 지난해 4월 이미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정부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 5월 이를 번복해 발표했다"고 주장했다"며 "마음대로 법을 무시한 것은 정부인데 마치 의료계가 법을 무시한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는 의료계단체들과 소통하고 있는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박 위원장은 "그렇게 소통을 긴밀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다"면서도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글을 올려 '정부가 현행 의대 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향'에 대해 "의대 6년을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학교육자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교육부가 그걸 대책이라고 내 놓으니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현 사태는 고등교육법상 4년 예고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시해 발생한 것"이라며 "교육의 질을 무시한 즉흥적 행정을 한 것은 바로 교육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휴학도 학생의 권리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학생의 휴학을 교육부장관이 승인하는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게다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고 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결자해지"라며 "'버티면 이긴다'는 교육부에 학사운영이 과부하 걸리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 비대위는 오는 21일 오후 첫 회의를 열고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여부, 2025~2026년 의대 증원 등 대정부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비대위원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대전협 추천위원 3명, 의대생 단체 추천 위원 3명, 의대 교수 단체 추천 3명 등 총 15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내년 1월 초 선거를 통해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활동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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