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발달지연 병원 태반이 불법 의료기관?…왜 근절 안 될까
1건이라도 건보급여 청구 의료기관 68% '불법개설 의심'
"실손보험 청구 대폭 증가" "불법 기관 수사 빨리 진행돼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아동 발달지연 진료로 건강보험 급여를 타낸 의료기관 10곳 중 6~7군데는 의료인 면허만 빌린, 소위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대면 접촉이 줄며 아이의 발달지연을 걱정한 부모를 돈벌이로 생각한 사례들이다.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아동 발달지연'으로 건보 급여 청구내역이 1건이라도 있는 의료기관 311개 가운데 212개(68%)는 불법개설 의심 기관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단이 사무장병원 관련 행정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 아동 발달지연 건보 급여를 청구한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만을 추린 결과다. 2022년 46개, 지난해 100개,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66개 파악됐다.
공단 관계자는 "1건이라도 청구된 기관만 발췌한 결과로 아동 발달 치료를 전문적으로 진행했을지, 급여 청구만 됐을지 더 조사해야 한다"면서 "행정조사 결과로 확인된 불법 개설 의심 사례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말했다.
병의원이나 약국은 의사 또는 약사가 개설해야 한다. 이들 또는 법인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하는 일은 명백히 불법이다. 사무장병원 또는 면대(면허대여) 약국이라는 용어로 알려지고 있다.
발달 지연은 또래 아동보다 언어·사고 발달이 더뎌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일컫는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접촉은 줄고 마스크 착용은 늘면서 의심 사례도 증가했는데 비급여 진료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점, 부모의 불안감, 금전적 편취를 악용한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봉직의 몇 명을 고용해 이들 이름을 빌린 뒤 병의원을 운영했다. 소아청소년과와 무관한 진료과 의사여도 '아동발달 클리닉' 같은 간판을 내걸고 부설센터를 세운 뒤 민간 자격자를 고용해 아동들을 맡겼다.
최근 5년간 아동 발달지연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과 본인부담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에서 지난해까지 급여 청구액은 380억원에서 611억원으로, 본인부담금은 306억원에서 475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보험 선두 업체인 현대해상이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 지급액은 2020년 219억원에서 지난해 956억원으로 폭증했다. 보상 규모가 갑자기 커지자, 현대해상은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일부 사무장병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폐업 또는 잠적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의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로 불법개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실제 경찰 수사와 행정처분까지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일부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과 전문가들은 관련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는 일부 병의원의 위법적 행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피해는 가입자, 발달지연 아동과 그 부모에게 돌아간다고 항변한다.
한은희 대한소아청소년행동증진발달학회 부회장은 "발달지연 아동 치료에 급여화 항목은 거의 없다. 급여는 재진 진찰료 정도고, 실손보험으로 치료되는 부분이 많다"며 "(일부 업체의 부도덕함으로) 실손보험 회사, 아동과 부모 등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한 부회장은 "선의의 피해를 입는 병의원이 생기거나, 발달지연 아동들의 치료 기회가 사라질까 걱정된다"며 "발달지연 아동의 진료와 돌봄에 정책적 지원도 세심히 고민될 때"라고 했다.
김윤 의원은 "우리 아이들의 치료권이 어른들의 돈 앞에 상실되지 않도록 수사는 빨리 진행돼야 한다"며 "아동 발달지연 등 새롭게 증가하는 치료를 노리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들이 추가로 양산되지 않도록 사전 차단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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