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비만약 그림의 떡"…위고비가 불러온 '비만 불평등'
비만 유병률 성인 40%, 사회적 비용 막대…소득 낮을수록 비만 위험 ↑
비만 치료제 나오지만 너무 비싸…"정부 개입 관리해야"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우리나라는 비만을 개인이 책임져야 할 비보험 영역으로 놔둬 큰 문제입니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지난 8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 비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비만이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암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정부가 비만을 암과 같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지 않고 미용 분야와 같이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출시됐지만 워낙 고가여서 저소득층 비만 환자는 접근조차 어려운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 노보 노디스크 제약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의 다이어트 약으로 알려지면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위고비는 한 달 분량의 위고비 주사제의 처방가격이 약 80만~1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병원·약국마다 위고비를 구하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위고비 열풍 뒤에 가려진 비만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만학회가 발간한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비만 유병률은 성인 인구의 약 40%에 달했다. 남성의 절반(49.2%)은 비만을 앓고 있으며 여성은 27.8% 수준이다.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세를 나타낸다.
비만은 개인의 생활습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유전, 환경,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변화 등 다양한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계질환, 암, 수면 무호흡증, 골관절염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만학회 등 비만 치료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비만 치료를 다이어트의 일환이 아닌 질병 치료로 인식하고 적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일부를 제거·분리하는 비만대사수술 전문가인 유한모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비만은 여러 질환을 부르고 심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며 "적절히 개입해 해결해야 할 질환으로 비만 치료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인 허양임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위고비는 심뇌혈관질환 예방까지 입증됐으니, 비만으로 향후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환자 치료에 쓰여야 한다"며 "좀 더 날씬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사용될 미용 분야의 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환 교수는 "비만은 만성질환, 암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이다"며 "전 세계적으로 비만을 가장 먼저 치료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비만을 개인이 책임져야 할 비보험 영역으로 방치해 큰 문제"라며 "(점차)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비만의 위험이 높아지는 선진국 비만 형태가 돼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가에 비만 사업이 많지만 연관성이 떨어져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하나로 종합해 효율성을 높인다. 비만 관련 법안을 만들고 이에 근거한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국정감사장에서 "'비만을 관리 대상에서 치료 대상으로 관점을 변경해야 한다', '정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사업 연계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잘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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