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1㎝ 55㎏도 위고비 구했다?"…오남용 우려 현실로

"약국 마진 줄여 1개당 45만원"…초저가 경쟁에 담합 소지 의심
무작위처방 우려…앱 업체 "교육, 질환·증상 선택 기능 보완"

기적의 비만약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내일부터 국내 일부 병·의원에 공급될 전망인 가운데 1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릴 예정인 출시 심포지엄에 앞서 행사장 앞으로 외고비 모형이 전시돼 있다. 2024.10.1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난 15일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면서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부 동네 병의원과 약국에서 초저가 경쟁이 불붙는가 하면, 비대면 진료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무작위 처방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21일 의료계와 약업계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조제·복약지도가 필요하되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비만약인 '위고비'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병의원에서 55만~75만 원, 약국에서 50만 원대로 책정돼 있다.

출시 전 위고비의 공급가격(4주분 기준)이 37만 2025원으로 공개된 바람에 일선 개원가와 약국가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병의원이 '40만 원대에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걸 두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는 한 동네 병의원이 '병원 1층 ○○약국에서 최대한 마진(중간이익)을 줄여 위고비를 1개당 45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약사님께서 환자들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처방전 받고 이 약국에서 구매하면 된다'는 내용의 글이 유포됐다.

병의원이 특정 약국 방문을 유도하면, 약사법상 담합 소지에 해당한다. 약국 운영 약사들은 "매번 비급여 약이 출시되면 이런 식이다. 앞으로 처방이 늘어날 텐데 가격을 두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며 출혈경쟁을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 약사는 뉴스1에 "비대면 진료 앱 '닥터나우'를 보면 피부과나 비만 치료를 내건 의원의 위고비 가격이 4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며 "위고비 가격이 이 지경이면 삭센다의 마진이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16일 서울의 한 약국에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특히 비대면진료를 통해 무작위 처방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상혈당증 등)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에게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로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팔로워 11만 명이 있는 인플루언서 A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위고비를 구했다. 키 171㎝ 55㎏으로 시작해, 1주일 뒤 몸무게를 공개하겠다"는 홍보성 글을 올렸다.

위고비 처방 허가 범위 내 BMI도 아닐뿐더러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사례다. 특히 키 170㎝대에 체중이 50㎏대인 여러 명의 인플루언서는 비대면진료 앱을 통해 위고비를 확보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비대면진료 앱 업체 관계자는 "제휴 의·약사에게 교육 자료가 제공될 예정이고 환자가 앱을 사용할 때 BMI를 계산하게 하는 등 질환·증상 선택 기능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삭센다 처방은 줄고, 위고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워 보인다. 새로 출시된 약이니 제휴 병의원 원장께서는 처방에 신경을 쓰는 거 같다. 제휴 약국의 물량은 충분한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 등을 반영해, 한 달간 온라인 판매·광고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과 부작용·이상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안전성 조치를 추진하기 위한 신속 대응반을 구성해 운영한다.

식약처는 위고비에 대해 "의사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며 약국 개설자가 아니면 판매할 수 없다"며 "처방받지 않고 온라인 등에서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