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씹는 법도 모르는 흡연자 수두룩…"약국을 금연클리닉으로"
[금연! 이제 다 바꾸자⑪] "약사, 금연전문가…현장서 충분한 역할 가능"
'OTC연구모임' 김혜진 부회장 "접근성 최대 강점…보상·교육 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금연을 시도하려는 분들께 니코틴 껌 등 금연보조제에 대한 약사의 올바른 복약지도는 중요해요. 그동안 잘못된 방법으로 복용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실패하는 사례도 있고요. 이제 약국을 주축으로 금연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는 일도 필요해 보입니다."
객관적 근거를 중심으로 일반의약품(OTC)을 학술적으로 탐구하는 약사단체 'OTC연구모임'(오연모)의 김혜진 부회장(경기 안양 '행복한약국' 운영약사)은 '약국을 통한 금연 활성화 가능성'을 묻는 뉴스1에 이같이 밝혔다.
김혜진 약사는 "더 늦기 전, 금연에서 멀어지고 있는 흡연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는 금연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사업에 약국은 빠져 있다. 이미 많은 흡연자가 찾는 약국은 국가 금연 지원 서비스의 관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 19세 이상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은 전자담배가 도입된 시점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금연 시도율은 42.9%로 2020년 46.8%보다 3.9%P(포인트) 감소했다. 과거에 비해 금연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볼 대목이다.
김혜진 약사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담배 냄새와 관련한 사회적 압박 때문에 금연을 선택한 흡연자가 많았는데 전자담배를 택함으로써 이런 부담을 피한 게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전의 금연 실패 경험으로 다시 시도하지 않는 흡연자도 많다. 괴로웠던 금단 증상과 본인의 약한 금연 의지의 기억이 재도전을 막는 것"이라면서 "니코틴 껌과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니코틴 대체재)의 올바른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껌은 짧은 시간 내에 약간의 니코틴을 신속하게, 패치는 하루에 한 번 붙여 일정량의 니코틴을 완만하게 공급해 흡연 욕구를 줄여준다. 껌은 10회 정도 씹다가 얼얼한 느낌이 나면 씹는 것을 멈추고 볼 안쪽과 잇몸 사이에 잠시 두고 쉬어 가면서 씹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억나는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 김 약사는 평소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만 니코틴 껌을 불규칙하게 씹었다는 흡연 기간 25년 정도의 40대 남성 흡연자를 떠올렸다.
그는 그 남성에게 니코틴 껌의 올바른 복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패치와 껌을 함께 사용하는 니코틴 대체재 병용요법을 추천했다. 그가 흡연량도 많고 평소 흡연 충동 또한 강한 걸로 보였기 때문이다.
김 약사는 "단독 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패치와 껌을 병용 사용하는 방법으로 급작스러운 흡연 욕구를 좀 더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선 일반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흡연자들도 많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전자담배 사용 행태 및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 흡연자의 40.3%, 여성 흡연자의 42%가 연초와 전자담배를 함께 피우는 다중 흡연자였다.
이들은 실외에서 연초를, 집에서는 냄새가 덜한 전자담배를 사용하며 '애연가'에 접어든다. 더욱이 이미 기존의 금연 치료제를 사용했다면 금연 성공에 대한 동기 부여도 가지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운 금연 치료 옵션이 도입될 만하다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역약국이 금연 상담 등으로 금연 시도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면 약국이 국가 서비스에 활용되는지,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이 있는지 하는 점이다.
캐나다는 약국을 방문해 금연 상담을 받은 흡연자를 약사가 약료 관리 및 금연 시도자 관리 시스템에 등록하면 정부는 시도자에게 니코틴 대체재 구입 비용을 보험급여로 지원하고 약사에게는 정해진 상담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호주는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흡연 현황을 조사하고 흡연자에게는 금연을 권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다르게 약사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김 약사는 "보통 직장인이 금연 상담을 위해 연차를 내고 낮에 보건소나 병원을 찾긴 힘들지만, 약국은 퇴근 후에도 방문할 수 있으며 다른 약을 구매하러 들렀다가도 쉽게 금연상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약사가 실제로 약국 곳곳에 금연을 권고하는 설치물을 만들었더니, 이를 보고 금연에 관심을 가지며 금연 방법이나 보조제 제품에 대해 질문을 하는 흡연자들이 늘었다고 했다.
김 약사는 "정부의 다양한 금연 사업에 약국은 빠져 있다"며 "고혈압, 당뇨 환자부터 만성 기침, 가래 환자까지 건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흡연자가 찾아오고 있다. 이들에게 약국은 국가 금연 지원 서비스를 유입시킬 중요한 관문"이라고 했다.
다만 의약품 처방조제 및 판매, 상담 등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약사들이 국가 금연지원 서비스 참여를 돕는 순수한 마음으로 금연 상담에 매진하기가 어렵다. 김 약사는 해외 사례를 참고했을 때 적절한 보상과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끝으로 김 약사는 "수많은 유혹을 못 이겨 금연에 실패하거나 시도하지 못했던 흡연자들에게 이제 가까운 약국에서도 금연을 도울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약사도 금연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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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담배? 끊긴 끊어야지." 흡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말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뻔히 알지만 '난 괜찮겠지'라는 자기 확신에, 참을 수 없는 욕구에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문제는 담배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연정책도 이런 세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뉴스1이 국내 흡연 실태와 금연 정책을 돌아보고 흡연자를 금연의 길로 인도할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