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국립대병원 상반기 손실 4127억원…줄소송까지 '이중고'

지난해보다 155% 급증…서울대병원 1627억원 '최대 손실'
"PA간호사로 공백 메꿔…전공의 복귀해도 흑자전환 어려워"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오가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갈등으로 환자 수가 크게 줄고, 전공의들의 줄소송으로 인해 일선병원들의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이 내년에 복귀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흑자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3년~2024년 상반기 국립대병원 손실액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10개 국립대병원의 올해 상반기 손실액은 412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612억 원보다 2515억 원(155%) 증가했다.

손실액이 가장 큰 국립대병원은 1627억 원을 기록한 서울대병원이다. 경북대병원 612억 원, 전남대병원 359억 원, 부산대병원 330억 원, 충북대병원 263억 원, 경상국립대병원 21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수술, 외래 감소, 지역 특성에 따른 인력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전공의가 내년에 복귀를 한다고 해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당장 흑자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 운영 등 예산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했음에도 대규모 마이너스 자금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주대병원은 구인난을, 전남대병원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의료진 번아웃을, 강원대병원은 자본잠식상태로 인한 부담을 호소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전공의 한 명이 24시간 일을 했는데 현재는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3교대 PA(진료보조) 간호사 4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일반의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가 적어, PA간호사로 대체하고 있는데 비용이 더 들고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야한다"며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3년차 전공의가 사직했을 경우 다시 3년차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련 특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병원 대학병원 관계자도 "PA간호사의 업무범위가 확대됐다고 할 지라도 의사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는데, 현재는 전공의가 이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연봉이 높은 전문의가 대신하고 있다"며 "전문의가 고부가가치 시술을 해야 할 시간에 인턴, 전공의가 하는 업무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사직 전공의 57명은 사직서 처리가 지연돼 손해를 입었다며 수련을 받았던 국립대 병원을 상대로 1인당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531명 중 사직 전공의 수는 1만 2356명(91.3%)으로 절대다수이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따라서 전공의들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일선병원으로 집단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며 "자본잠식으로 경영 위기를 겪는 병원들이 많은데, 정부에서 법적 분쟁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