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물꼬 기대했지만…정부-서울의대 교수 토론회 '빈손'(종합)

용산 수석 "적정 증원 4000명…5년제? 잘 보면 그 말 없다"
인식차 재확인에 그쳐…의사단체, '야합·들러리' 비판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한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의정갈등 해결의 물꼬를 트려 정부 당국자와 서울의대 교수들이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2000명 증원의 인식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숫자"라고 한 발언에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장 수석은 또 정부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이나 학생들의 권리로 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고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논란에 대해 "내용을 잘 보면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말은 애초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통령실·보건복지부는 10일 오후 2시부터 4시 20분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태홀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가 진행을 맡고 정부 측에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교수 비대위 측에선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장상윤 수석은 발제를 통해 "장래 인구추계 같은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 인력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2035년 약 1만명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으로 나온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 명이 아니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즉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또 "증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함께 의료현장 혁신을 위해 지혜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한 의료진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비롯한 정부측 패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를 두고 청중석에 있던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슨 과가 몇 명이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 수석이 의료계에서 적정 증원 규모에 관해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하자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소위 '집단행동'이라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자 젊은이들이 더 이상 못 믿겠다, 존중받지 못하는데 '내가 꼭 의사해야 하나' 뛰쳐나간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요 며칠 의학 교육이 문제 됐다. 6년 과정도 빡빡한 가운데 (5년제 전환이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개정 등 정부에서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개혁이 국민을 위한 건지,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장 수석은 교육부가 발표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 비상대책(안)'에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부분이 논란의 소지가 된 걸 두고 "단축하겠다는 말은 애초에 있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장 수석은 "고등교육법을 보면 의대의 경우 6년 과정으로 돼 있으나 조기 졸업할 예외 규정이 있다"며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8개월된 마당에 나중에 복귀한 뒤 잃어버린 시간만큼 프로그램을 단축하거나 방학 등을 활용할 여지를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수석은 또 "초기 언론 보도가 6년에서 5년 단축 검토로 나가다 보니 설명에 오래 걸렸다"고 첨언하자, 방청석에서는 "기자들이 하지도 않은 얘기를 썼다는 말이냐"는 지적이 나왔고 장 수석은 "내용을 잘 보라, 학사 운영을 탄력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장 수석은 또 의대생들의 휴학 논란과 관련해 "지금 휴학은 휴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의 휴학이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이를 방청석에서 듣고 있던 강웅구 교수는 "휴학을 정부가 승인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수석은 "고등교육법상 휴학은 교육과정에 등록된 학생의 입대나 질병, 어학연수나 가족의 이사 같은 개인적인, 예측 불가능한 사유가 생겼을 때 신청하고 학교가 승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정책에 반발해 일시에 모든 학생이 승인 불가능한 휴학을 내는 건 그 누구도 그런 개인적인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리고 학교는 교육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의대생들의 휴학은 승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는 지난달 30일 휴학계를 신청한 학생들의 휴학을 일괄 승인한 바 있다.

한편, 장 수석이 '4000명 이상 증원 필요성'을 거론한 데 대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수석도 40명쯤으로 늘려야겠다. 늘리면 그 중 하나쯤 제정신인 사람이 있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토론회 개최가 무의미하다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를 비판했다. 경기도의사회는 토론회 개최 전 보도자료를 내 "의료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행위이고 소통했다는 명분을 주는 행동"이라며 "들러리 토론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