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수석 "적정 증원은 4000명"…의대 교수 "시뮬레이션 했나" 발끈

정부-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개혁 토론…장성윤 수석에 고성도
의사들 "전공의들 집단행동? 정부 원칙 파기에 뛰쳐 나간 것"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8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의 물꼬를 트고자 정부 당국자와 서울의대 교수들이 토론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결국 2000명 의대증원에 대한 인식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숫자"라고 한 발언을 놓고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통령실·보건복지부는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태홀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측에서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 측에선 강희경 서울의대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장상윤 수석은 토론회에서 "장래 인구추계 같은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 인력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2035년 약 1만명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결론으로 나온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 명이 아니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즉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의사도 급속히 고령화해 2029년 이후부터는 70세 미만인 활동 의사 수 증가율이 거의 0%라는 사실과 지나친 전공 세분화로 전문의 1인당 담당 영역이 축소되는 현상, 비필수분야로 인력 유출 가속화 등이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수석은 또 "증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 과제를 실행하는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멈추고 정부와 함께 의료현장 혁신을 위해 지혜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열린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보건복지부 주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한 의료진이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비롯한 정부측 패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4.10.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를 두고 청중석에 있던 강웅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무슨 과가 몇 명이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 수석이 의료계에서 적정 증원 규모에 관해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하자 "거짓말"이라고 직격했다.

다음으로 발제에 나선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소위 '집단행동'이라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정부가 합의를 파기하자 젊은이들이 '내가 꼭 의사해야 하나' 뛰쳐나간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자, 병원 갈 필요가 없게 하자, 건강수명을 늘리자'는 게 첫 번째 대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면 3분 진료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국내 소아과, 배후진료 분야 의사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며 "이들이 전공 진료를 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이들이 돌아오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은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 위원장은 "요 며칠 의학 교육이 문제 됐다. 6년 과정도 빡빡한 가운데 (5년제 전환이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개정 등 정부에서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2020년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일방적 정책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서명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집단행동'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합의문을 아무 상의 없이 파기했으니, 젊은이들이 더 이상 못 믿겠다, 존중받지 못하는데 꼭 의사를 해야 하나 뛰쳐나간 것"이라며 "우리 개혁이 국민을 위한 건지,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의료체계는 공급과 이용 측면에서 문제가 누적돼 왔고,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혁신적 체계, 필수의료를 위한 공정한 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 등에 (앞으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반면 하은진 서울의대 비대위원은 "의료개혁의 목표는 환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라며 "의료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진단, 신중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하 비대위원은 "40대 젊은 교수로서 더 이상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절박함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히 2000명 논의나 행사의 들러리로 서기 위해 온 게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국민, 정부 그리고 의료계가 모두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