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감사·의평원 악재까지…여야의정·추계위 불참 굳어지나
한동훈·한덕수 "협의체가 유일한 해법" 대화 참여 계속 설득
전공의·의대생 물론 교수들 완강…의평원 개정에 반발 거세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달라는 지속적인 구애에도 의사들이 화답하지 않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5년 정원 논의도 가능하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전공의와 의대생은 물론 의사 단체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덕수 총리는 전날(3일) 국회에서 한동훈 대표를 만나 "전제 조건, 사전 의제 정하지 않고 의사들과 만나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한 총리는 한 대표에게 "의료계를 만나서 협의할 때 정부 입장을 잘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한 총리와 20분 동안 만남을 마친 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이) 협의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며 "의제 제한 없다. 장외가 아니라 협의체 내에서 대화해야 생산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6일 의정갈등 해법으로 '여야의정 협의체'를 거론하며 야당과 의사들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틀 앞선 지난달 4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최초 제안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출범은커녕 긍정적 반응을 드러내는 단체가 없었다. 2000명 증원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전공의·의대생 요구에 상충되는데다, 2025학년도 증원은 입시에 돌입했으니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정부 방침에 참여는 무의미하다는 분위기였다.
한 대표와 한 총리의 이번 제안에도 선배 의사단체들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는 있으나, 전공의·의대생을 이끌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뭐든 논의는 해보자 같다"며 "논의만 된다는 건데 전공의·의대생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8일 "단 한번 비공개 만남 이후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밝힌 데 이어 1일 "입장 변화 없다.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 교육 불가능하다"며 "대한민국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고 했다.
이달 들어 서울의대가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자 교육부가 감사에 착수하고, 의대 교육 평가·인증 기구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며 정부에 대한 반감 또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협의체와 별도로 보건복지부가 적정 의사인력 규모를 과학적·전문적으로 논의하는 전문기구 '의사인력 추계위원회'에 참여할 위원 추천을 요청하자 5개 의사단체는 거부 입장을 발표한 상태다.
의대 교수들은 지난 3일 의정갈등 이후 처음으로 거리 집회를 진행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는 "제자들, 미래 다음 세대의 건강권을 지켜 나가자"는 시국선언 발표 등으로 이뤄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의대 증원으로 의과대학 교육 여건이 나빠져 의평원의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더라도 처분을 1년 이상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교수들은 정부가 어떻게든 증원 규모를 지키려 하고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대한민국 의료를 무력화하려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증원 즉각 중단, 필수의료 패키지·의료개혁 실행방안 파기, 책임자 즉각 처벌 등도 함께 요구했다.
교수들은 현 정부를 액셀러레이터를 브레이크로 착각해 마구 주행하는 '급발진 정부', 가야 할 방향을 반대로 인식한 '역주행 정부', 주변에서 모두가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데 자신이 정상이라고 우기며 운전하는 '음주운전 정부'라고 비꼬았다.
한편, 정부는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매번 내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에게 이같이 말한 데 이어 한 총리도 3일 개천절 경축사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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