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 과반 참여 '수급추계위'…의료계 "25년 정원 조정부터"

인력수급추계위, 직종별 설치…13명 위원 중 7명 의사 추천
의협 "2025년도 증원 철회"…의대교수 "독립기구 만들어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구급차량에서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살피고 있다. 2024.9.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사 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를 절반 이상 참여시키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며 의료계의 참여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력 규모 추계를 위해 각 직종별로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추계위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과반인 7명을 해당 직종의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급자 단체 추천 전문가는 해당 직종 단체별로 2명 이상 폭 넓게 추천을 받아 인력풀을 구성하고,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7명의 위원을 위촉한다. 의사, 간호사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1차년도 추계 대상이 아닌 직종의 관련 단체에도 위원 추천을 함께 요청한다.

의료인력수급추계는 △추계 전문가로 구성되어 추계모형 도출, 추계결과 등을 논의·검토하는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추계과정에서 직역별 의견을 제시하는 '직종별 자문위원회'를 거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정책 결정이 이루어진다.

의사단체가 추계위에 참여하지 않을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제안한 만큼 의료계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의료계가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논의에 참여해도 정부 주도 방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와 절차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추계기구 신설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2000명을 먼저 정한 후 의료계에 추계기구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선후관계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변인은 뉴스1에 "추계기구는 의대 증원 사태와 무관하게 필요한 것은 맞지만 이 사태(의정갈등) 해결과는 상관이 없다"며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추계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025학년도 정원과 책임자의 사과 없이는 더이상 진척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가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처음 표현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가 한 순간에 붕괴되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는 결코 전공의들 탓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1509명 증원을 강행하면 수십년간 의대 교육 파탄을 피할 수 없다. 2026학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걸 법적으로 보장하라"면서 "추계기구는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서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된 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의료대란 사태는 결코 우리 전공의들 탓이 아니다. 복지부에서 의제제한 없이 논의하자며 2025학년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는데, 의제 제한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지적했다.

의사 수 추계기구가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용수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총리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에 추계분석센터를 설치하고, 최종결정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하는 구조라면 결국 마음대로 의대정원을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독립적인 추계분석센터와 별도의 결정권을 가진 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