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소아과 오픈런 심화…권역별 협력 강화, 전문성 키워야"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의사 부족, 원인 아냐"
환자 쏠리는 2차 병원, 중증도 분류 역할하도록 지원 필요
- 조유리 기자
(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2013년에도 아침에 출근을 하면 41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어요. 6년 전에는 130명씩 받기도 했고요. '의료 붕괴'라는 말이 요즘 한참 나오잖아요. 그런데 거의 20년 전에도 소아과 오픈런이 똑같이 있었어요"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25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소아과 오픈런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저출생 현상으로 소아과 오픈런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메타서베이가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들어 소아과 오픈런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소아과 방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1위는 의료진의 전문성으로 전체 답변의 55%를 차지했다. 이어 거주지와의 접근성이 20%로 2위였다.
정 이사장은 설문 결과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며 "저출생으로 아이가 귀해지며 조금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의료 전문성을 찾고, 먼 곳까지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보호자들이 '전문성'이 인증된 병원을 선호해 진료 대기를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폐과 위기를 △인력 부족 △낮은 의료 수가 △출산율 하락 △높은 업무강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면서 특히 인력 부족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정 이사장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보다 환자 쏠림이 있는 2차 병원에 전공·전문의 수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연도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현황을 보면 전문의는 오히려 늘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에 전문의가 많다고 생각하겠지만 종합병원은 실상 790명밖에 안 된다. 반면 의원은 3298명"이라며 2차 병원 지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보의 시절 강원도 철원에서 근무할 때 인구 5만명 중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본인뿐이라 하루 종일 150~180명의 환자와 응급실까지 맡아야 했다. 그 당시 의원과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거절당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2차 병원' 부족 문제와 그 중요성을 실감했다.
정 이사장은 "전국 117개 아동병원은 의료전달 체계에서 큰 역할하고 있다"며 "제일 힘든 건 상급병원 응급실을 커버하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상급은 중증과 응급, 희귀 질환을 맡고 우리 같은 2차 병원은 1차로 보낼지, 상급으로 보낼지 같이 트리아제(환자 중증도 분류)에 대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과 오픈런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권역별 네트워크 의료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2차 병원이 중심이 되어 트리아제를 하고 병원별 분과 전문성을 키워 환자 쏠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호자 교육도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들어본 적 없기 때문에 무조건 병원을 찾는데 설명을 들었을 경우 아플 때마다 병원에 찾아올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 연합회와 같은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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