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 의사, 2427명 정원 미달…'지방의료원' 위기 현실로
경영 악화, 인력 유출 등 이중고…지역의료 대응역량 저하
'착한 적자'는 재정으로 보전해야…지불 제도 개편도 필요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지역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우려 속에 17개 국립대학병원 1곳당 114명, 35개 지방의료원 1곳당 2.5명의 의사가 부족한 걸로 조사됐다. 특히 지방의료원은 운영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3개 공공의료기관 의사 정원은 총 1만 4341명이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인원은 83.1%인 1만 1914명에 그쳤다. 16.9%에 해당하는 2427명이 결원 상태다.
교육부 소관인 17개 국립대병원 의사 수는 정원 8942명 대비 현원은 7002명이다. 무려 1940명이 모자라는데, 기관당 평균 114명이 정원에 미달하는 셈이다. 17개 시·도 소관 35개 지방의료원 역시 87명(정원 1330명·현원 1243명) 부족하며 기관당 2.5명이 모자랐다.
이 중 '지방의료원'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 소관 병원과는 달리) 운영비를 대부분 지자체에 의존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속돼 왔다.
지방의료원의 재정지원은 '지역거점 공공병원 기능 보강 사업'을 통해 국가와 지자체 매칭으로 지원이 이뤄지는 자본보조금과 운영 주체인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운영보조금으로 구분된다.
조사처는 "신축비와 장비구입비의 50%는 국비로 보조할 수 있으나 운영비는 자체 수입으로 우선 충당하고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이 운영비 지원 차이가 지자체마다 커 재정 수지가 불균형한 지방의료원의 재무 상태는 계속 나빠지는 게 악순환"이라고 밝혔다.
조사처는 또 "지방의료원은 시설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지역 내 외딴 데 위치해 이용률이 낮은 데다 지역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 진행되는 중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 팬데믹을 대응한 뒤 '번아웃'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팬데믹 이전(2019년) 35개 지방의료원의 병상 가동률 평균이 80.5%였으나 지난해 6월 46.4%로 떨어졌다. 이런 환자 수 감소가 경영 악화로 이어질뿐더러 의료 인력의 유출 등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 기능을 하기에 역량이 전반적으로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복지부 운영 지침과 행정안전부 '지방 출자·출연기관 예산 편성지침'에 의해 스스로 수익을 내 운영해야 하는 '독립채산제'를 따라야 한다. 공공성 있는 필수의료 등을 제공하는 이유에 맞지 않고 이익에 우선을 두다간 공공성이 더욱 낮아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에 대해 조사처는 "심뇌혈관, 외상 진료 등 응급 서비스와 출산, 재활, 노인 의료 등 필수의료가 지역에서 제공될 수 있도록 인구 30만명 이하의 중소진료권에는 300병상, 대도시는 500병상에서 800병상으로 규모를 각각 확대하고 기능 보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사처는 "지방의료원법의 재정지원 관련 조항 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인구감소 지역 내 지방의료원은 인구감소로 지방재정이 나빠질 수 있으니, 국가가 이들의 운영비 일부를 보조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소개했다.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 원칙에 따른 재정 운용이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으니 이른바 '착한 적자(공익적 적자)'를 정해 정부 재정으로 보호하는 한편, 이익이 많이 남지 않더라도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지불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사처는 "'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대학병원'으로 연계되는 공공의료 전달체계를 확립하고, 국립중앙의료원 등의 공공의료 정책 사령탑 기능을 강화하며 공공의료의 중추 역할을 맡는 지방의료원의 진료 역량 개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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