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증원' 근거 제시한 보정심, 3년간 대면회의 단 3회 뿐

"보건의료정책심의위, 각계 합의 도출할 역할 직접 하기 어려워"
"해외 주요국은 상설 자문기구 설치해 각계 의견 수렴, 조율 중"

27일 제주대학교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열린 제주시 제주대 본관 3층 회의실 앞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5.27/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00명 의대증원 결정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3년간 보정심 대면회의는 단 3번 열린 것으로 나타나, 보정심의 역할과 중요도에 비해 회의 빈도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정심 출석회의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총 3번 열렸다. 특히 2000명 증원 발표가 있었던 2월 6일 이후로 출석회의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 당시 회의가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의료계 비판도 계속돼 왔다.

보정심 본회의는 지난해 8월 16일과 같은 해 11월 1일 필수 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의사인력 확충 등의 안건을 심의하기 위해 열렸고 그 이전에는 2003년, 2018년, 2021년에 진행된 바 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 발전계획 △주요 보건의료 제도 개선 △주요 보건의료 정책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그밖에 위원장이 심의에 부치는 사항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정부 위원회다.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복지부는 보정심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두고 심의 사항의 전문적 검토를 위해 '분과위원회'를 마련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실무위에 해당할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필수의료 확충 전문위원회'를 설치했을 뿐 현재까지 '분과위원회'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보정심은 '사회적 대화' 플랫폼으로서 한계를 지닌다. 보건의료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그 대립을 조정·중재해 합의를 도출할 역할을 직접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그 근거로 '심의위원회'로서 심의·의결에 중점을 두고 있고, 보건의료 전반을 다루는 관계로 특정 분야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어려울뿐더러 주기적·지속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보건의료 발전계획이 24년째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방증 된다"며 "인력 분야에 국한된 주요 시책을 심의할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도 2021년 1월 설치돼 2021년과 2022년 1회씩 회의를 연 뒤 현재까지 소집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처는 또 "사회적 대화의 기본 전제인 투명성·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회의록 등이 공개돼야 하나,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는 점 등에서도 한계를 지닌다"며 "해외 각국은 상설 자문기구를 설치해 각계 전문적 의견을 수렴·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에 손피켓을 들고 참석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미국은 법률상 자문기구로 비정부·비영리 기구인 '국립 의학한림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정관상 보건의료 이외 분야에서 4분의 1 이상의 회원을 의무적으로 선정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합의 권고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프랑스는 법률상 '공중보건 고등협의회'를 설치·운영하며 독일은 연방 보건부 산하에 법률상 자문기구인 '보건의료 발전 평가를 위한 전문가협의회'를 두고 있다. 이들 모두 다양한 출신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균형 있는 의견을 깊이 있게 제시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은 각 보건의료 직역별 전문가를 '수석 담당관'으로 임명해 다양한 역할을 맡겼다. 신종플루나 코로나19 대유행 등 국가적 차원의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 수석의료담당관은 수석과학자문관과 함께 '위기 상황 대응 과학자문단'을 구성해 내각의 의사 결정을 도왔다.

이런 사례들을 토대로 조사처는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 상설 보건의료 정책 자문기구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의사단체는 불참하고 있고, 여야의정 협의체마저 출범에 난항을 겪는 상황을 꼬집은 모양새다.

조사처는 "통합과 포용의 자세에서 보건의료 각계의 전문적 견해를 청취·수렴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제반 과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우선 기존의 보건의료 분야 관련 한림원의 대정부 자문 역할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영미권 국가의 자문관 또는 대륙계 국가의 협의회 제도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부합하는 상설 자문기구를 도입하고, 그 구성 및 운영에 있어 공정성·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끝으로 조사처는 "자문위원회를 설치한다면 국회에서 민간위원의 추천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성 편향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민 보건권 향상에 기여할 다양한 방안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때"라고 당부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