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도 아닌데 대표 맞나?"…시험대 오른 박단 리더십

국민의힘-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SNS에서 설전
"이해 관계 달라, 새 대표 뽑아야" vs "대표는 박단뿐"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2024.5.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사직이 7개월째 접어든 가운데 일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으로 복귀를, 일부 전공의들은 개원, 해외진출 등을 준비하면서 전공의들의 결집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의료계 일각에서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라며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적었다.

이어 박 비대위원장은 "읍소는커녕, 단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전협은 한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며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같은날 "오해 소지가 있다"면서도 "의료계와 적극 소통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희가 전공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의료계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간접적으로 사직 전공의의 어려움을 청취했다"며 "현재 어느 (의료) 단체도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설전을 두고 사직 전공의들과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12일 기준 전체 임용대상자 1만 3531명(인턴과 레지던트 포함) 중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 수는 1187명(8.8%)이며, 사직 후 일반의 신분으로 종합병원과 병의원에 취업한 전공의 수는 2940명이다. 나머지 1만 명에 가까운 사직 전공의들은 해외취업, 개업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전공의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와해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박단 비대위원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쪽의 주장이다. 집 주인들(전공의)이 다 떠나고 빈 집(대전협)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박 비대위원장은 이미 사직 처리가 되었기 때문에 전공의들을 대표할 수 없다"며 "의료진 블랙리스트인 '감사한 의사' 등으로 인해 병원에 남은 전공의들과 일반의인 동기들끼리 심적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의료단체 간부는 "병원을 나간 전공의들은 이미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등 각자 자리를 잡았다. 대학병원에서도 사직 전공의들이 어디에 취업했는지 알기가 어려운 수준이다"며 "대전협 비대위가 대표성을 띠려면 박단 비대위원장이 여야의정협의체에서 협상 후 (사직)전공의들에게 '내년에 (수련) 병원에 들어가자'고 결론이 나왔을 때 밖에서 일하는 사직 전공의들이 다 따라서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은둔형에 가까운 박단 비대위원장의 행보도 전공의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7개월째 이어지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도대체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전공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의대증원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7대 요구안'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으면서 협상의 의지나 유연함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병원에 남은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대표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에 앞서 정부에 제시한 7대 요구안과 현재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전협은 의대 증원 2000명 계획과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의사 수계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부당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는 "당장 내년에 1년차들이 대거 들어오게 된다면 업무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병원에서 약속한 만큼 의료진을 뽑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 논의할 내용이 많다"며 "의대 증원 또한 올해 입시가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박 비대위원장이 여전히 전공의, 사직 전공의를 대표한다고 본다. 지방 소재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는 "사직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은 내년에 수련병원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3, 4년차 전공의는 같은 연차로 복귀하고 싶어한다"며 "처음부터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박 비대위원장뿐"이라고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전협의 회칙을 고려하면 박 비대위원장이 대전협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불신임 등 회장을 후속적으로 뽑으려는 조치가 없을 경우 현재로서는 (박 비대위원장이) 대표의 위치에 있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회칙에 '임기 내 전공의 신분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연임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 만큼 사직 전공의 신분인 박 비대위원장이 내년까지 임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2023년 9월1일자로 대전협 회장에 취임했고, 회칙대로라면 지난 8월31일 임기를 마쳤어야 했다.

rnkim@news1.kr